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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나는 심화연이 어딜 봐서 그게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가 없어 거절을 했다. “아주머니, 선물이 너무 귀해서 받을 수 없어요.” 심화연의 표정이 잠시 굳더니 어색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리며 한참이 지나 다시 입을 열었다. “진아야, 앞으로 경안시에서 계속 지낼 거니?” “무슨 뜻인가요?” 심화연은 머그컵을 들어 한 입 마시더니 말했다. “어제 백화점에서 순간 네 고모부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대뜸 그 말을 이해했고 순간 조금 슬퍼졌다. 최근에는 사이가 괜찮았던 탓인지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우리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같은 편인 적이 없었다. “진아야, 나도 다른 뜻은 없어. 그냥 앞으로 다 같이 경안시에 있을 텐데 내가 뭐 도와줄 게 있나 묻고 싶은 거야….” “여사님.” 나는 심화연의 말을 자르며 조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전 이만 직장에 돌아가야해서요.” 심화연은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우린 비록 가난하지만 그렇다고 값싼 동정은 필요없었다. 빌딩 아래를 한 바퀴를 크게 돈 뒤에야 회사에 돌아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주한준을 마주쳤다. 미간을 찌푸린 주한준은 이를 악 문 듯 했다. 온 몸에서 저기압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게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 시간에 온 거면 퇴근하는 임지아를 데리러 온 것일 텐데 이 주 대표님께서 또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모자 둘은 가끔 정말 하나같이 사람을 괴롭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사를 건넸고 주한준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나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나를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 나는 눈치껏 그의 뒤에 서서 최대한 병풍처럼 서 있었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잠깐은 조용히 있을 수 있겠다 싶을 때 앞에 있던 남자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신경 안 쓰여?” 두서없는 말이 너무 갑작스러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주한준은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다시 강조했다. “전 애인과 잤던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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