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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나는 임지아를 다시 만난 것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주한준과 심화연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기억하기로 주한준은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얌전히 두 여자를 따라다니며 쇼핑백을 들어준다는 것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매우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기왕 만났으니 나도 저 세 명에게 주동적으로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심화연은 내 옆에 서 있는 엄겨울과 고모부를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바로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약속이 있다더니 엄 교수랑 만나는 거였어?" 조금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나는 그제야 심화연이 어젯밤에 전화해 나랑 쇼핑하자던 일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오해한 것 같았다. 내가 미처 설명할 겨를도 없이 임지아의 나긋한 목소리가 또 끼어들었다. "아주머니, 봐봐요. 진아 선배가 이 새 코트를 입으니, 더욱 멋져 보이잖아요?” 임지아의 한마디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내게 집중시켰다. 내가 막 엄겨울의 어머니 대신 옷을 입어봐 준 것뿐이라고 말하려던 차에, 맞은편에 서 있던 주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 옷이 마음에 들어?" 그는 임지아의 뜻을 묻고 있었다. 임지아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저는 단지 이런 복고풍의 올드 머니 룩이 매우 분위기 있어 보여서요. 정말 보기 드물게도 우아하면서도 단순하며 편안해 보이는 디자인이잖아요? 주한준이 담담한 눈빛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임지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한번 입어 봐.” 주한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열정적인 매장 직원이 갑자기 난색을 드러냈다. "정말 죄송해요, 고객님. 이 코트는 우리 가게의 대표 상품이라, 이 한 벌뿐이에요." 저 말을 들은 임지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됐어요. 사실 저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임지아가 이해심 있게 말했다. 아마도 저런 착한 모습이 주한준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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