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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식사를 마친 뒤, 엄겨울이 자료를 가지러 강의실에 들러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제야 주한준과 임지아와 헤어졌다. 경안대 교정을 따라 앞으로 걷던 나는 문득 예전에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곳도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 느꼈다. 다만 내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엄겨울이 나를 데리고 강의실 걸물로 가지 않고 나랑 같이 학교 뒷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오늘 고생 많았어." "고생은 무슨." 엄겨울이 곧바로 대답하고는 또 내게 물었다. "돼지 콩밭 볶음이 정말 맛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 맵기는 했지만 아주 중독적인 맛이었다." 나는 예전에 그 음식을 먹지 않았다. 엄겨울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는 눈동자를 반짝였다. "진아야, 그것 봐. 입맛을 바꾸니 남다른 체험을 할 수 있잖아?” 엄겨울 덕분에 나는 돼지 콩밭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이틀 뒤, 회사에 출근한 나는 오영은에게 그 음식을 맛보라고 추천했다. 오영은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돼지가 그리도 귀여운데 어찌 콩밭을 떼 낼 수 있어?” 오영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임지아가 노트북을 들고 다가왔다. "선배님, 제가 어젯밤에 코드를 하나 짰는데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네요. 좀 봐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에서 노트북을 건네받았다. 간단한 게임 백엔드 코드였다.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이라 나는 한 번 훑어본 뒤, 곧바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지아는 웃으며 감탄하더니 내 앞에서 테스트했다. 그러나 테스트를 마친 뒤에도 노트북을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시선을 돌리던 나는 노트북 화면에 뜬 다정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주한준과 임지아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임지아가 주한준의 앞쪽에 기댄 채 카메라를 보며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렸고, 주한준은 그녀의 뒤쪽에 선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웃고 있었다. 어쩐지 임지아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 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아 선배님." 임지아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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