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장
이상한 점은 주한준이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주한준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제가 할게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막 화살을 활시위에 채우려 할 때, 순간 손목이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뜻밖에도 주한준의 길고 곧은 다섯 손가락이 내 손목을 감쌌다.
“현을 당길 때 검지는 화살꼬리 위에, 중지와 약지는 화살꼬리 아래에 놓아야 합니다.”
주한준은 내 오른쪽 손가락을 하나하나 바로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왼팔을 조금 내리고…”
주한준은 어찌나 침착한지 마치 잔잔하고 물결 하나 없는 파도같아 보였다. 조금의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정말 투자자와 프로젝트 책임자인 사이인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분명히 서로의 호흡을 한몸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활을 움켜쥐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말했다.
“주 대표님은 아주 열성적이시네요.”
“한눈 팔지 마세요."
주한준은 나의 야유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손을 약간 조였다.
“활을 당길 때는 주의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주 대표님이 여기 있으니까 집중이 안 돼요.”
그는 나의 고백에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더니 나를 빤히 주시하며 말했다.
“보니까 아까 주진수와 대화가 아주 잘 통한 것 같아 보이네요? 이기고 지는 것조차 따지지 않으니 원…”
주한준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지만, 그런 그의 말투속에는 어느 정도의 빈정거림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의 도발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웬일인지 순식간에 남자의 안색을 보고 마음이 돌변했다.
“글쎄요, 이렇게 훌륭한 이성이 제 앞에 서 있으니까요.”
순간, 나는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말을 몇 마디 더 주고받을 수 밖에요.”
말을 마치고 나는 고개를 들어 주한준을 빤히 쳐다봤다.
주한준은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나치게 열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는 ’열정'이라는 두 글자를 더욱 강조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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