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오영은은 풍민호가 주말마다 골프를 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상호라는 이음의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골프장에서 말이다.
나는 오영은과 상의한 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획했다.
주말 오후, 우리는 일찌감치 경기장에 와서 그저 무작정 풍민호가 골프장에 나타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행히 한참 후에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골프장 안으로 들어오는 풍민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영은은 나와 눈빛을 주고 받은 후 골프채를 들고 유유히 그를 따라갔다.
“풍 사장님, 또 뵙네요.”
오영은은 사장님 포스를 내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풍민호는 인사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오영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를 옮겼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눈동자.
우리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풍민호를 비웃었다.
“역시 우리 풍 사장님은 어딜 가도 인기가 많으시다니까요?”
우리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다소 야비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아마 우리를 아름다운 얼굴로 남자를 유혹해, 그의 재물을 뜯어내는 꽃뱀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런 그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풍민호에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풍 사장님은 평소에 워낙 바쁘시니까, 저희를 못 알아보는 것도 정상입니다. 보아하니 오늘 저희 오 사장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말을 마치고,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풍문호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괜찮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골프나 함께 치죠.”
나의 이 말에 오영은의 눈빛이 약간 떨려왔다. 하지만 이내 유쾌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두 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모두 헛 수고였네요.”
오영은은 성숙한 외모에, 이목구비도 뚜렷했다.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편이었다. 게다가 말로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놓는 기교까지 더해져, 지금 그녀는 아주 가연한 느낌을 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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