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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장

"알겠어요." 풍민정은 엄겨울의 말을 끊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지금 저 싫어서 그러는 거죠." 풍민정은 마치 좋아하는 인형을 가지지 못한 아이처럼 사람들 보는 앞에서 엄겨울한테 떼를 썼다. 엄겨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요, 조금만 춰요." 만족스러운 답을 들은 풍민정은 눈웃음을 치며 순진하게 말했다. "이 케이크가 괜찮더라고요. 엄 선생님 잠시만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그러고는 바로 사라져 버렸다. "풍민정 씨랑 엄 교수님이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임지아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진아 선배 파트너는 어디 있어요?" 엄겨울이 어색하게 나를 쳐다보자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몸치라 춤 같은 걸 못 추는 걸 반장 몰랐어?" 얘기 나누고 있는데 왈츠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소리에 모두 자기 파트너랑 함께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임지아도 무대에서 내려오는 주한준을 보고는 드레스 자락을 들고 걸어갔다. "미안해 진아야, 내가..." "가 봐. 나도 계산기과 반장의 우아한 춤 선 좀 보자고." 엄겨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서 그런 거야. 진아야 그걸 믿으면 안 돼." "기대할게." 왈츠 전주가 흐르자 엄겨울은 풍민정의 손을 잡고 무대로 향했다. 사교 여왕인 오영은은 진작에 고객 중에서 파트너를 찾았고 주한준이랑 임지아도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무대로 향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아주 달아올랐다. 내가 디저트를 먹으려고 하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남진아 씨, 우리 또 만났네요." 머리를 들어 보니 연청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부끄럽다는 듯 내 앞에 서 있었는데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였고 아주 착해 보였다. "현진원입니다. 우리... 한석훈 전시회에서 뵌 적 있어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인사를 받아 주었다. 현진원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현진원은 나를 힐끗 보고는 매너 있게 오른손을 내밀고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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