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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노란색 드레스 차림에, 예쁘게 화장하고 화려하게 등장한 임지아는 어쩐지 응석받이로 키운 공주 같은 느낌이 났다. 임지아는 상류 계급 사람들이 가득 모인 이 자리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주한준의 팔짱을 꼈다. 바로 이 순간, 내 가슴속을 맴돌던 궁금증이 갑자기 풀렸다. 나는 주한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임지아뿐이라 생각했으나, 공교롭게도 풍민호랑 주한준도 서로 아는 사이였다. "주 대표님은 한창 일 욕심이 강할 때이니 정말 부럽군요.” 풍민호가 주한준을 칭찬했다. 주한준은 이런 칭찬에 익숙한 듯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도 그룹은 우리 업계에서 잘나가기로 소문났으니, 저야말로 풍 사장님께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거물들끼리 대화하는 중이라 나랑 오영은은 눈치 있게 한쪽에 빠져있었다. 이때 임지아가 입을 열었다. "어머, 업계에서 유명하신 풍 사장님이었군요. 제가 실례가 많았어요.” 풍민호는 그 말을 듣더니 임지아를 힐끗 바라보며 그녀에게 설핏 웃어주었다. 그러나 눈에는 웃음기가 번지지 않았다. 나랑 오영은은 저 눈빛이 익숙했다. 저것은 상위자 특유의 오만한 표정이었다. 사실 풍민호는 그나마 예의를 지킨 편이었지만, 임지아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색한 얼굴로 입술을 꼭 다물고는 서러운 일을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배고프지?" 임지아의 불안감을 눈치챈 주한준이 그녀에게 물었다. "가서 뭐라도 좀 먹자." 주한준은 이렇듯 매너 있고 세심하게 화제를 돌려, 아무 내색하지 않고 임지아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정말 잘도 챙겨주었다. 한시름을 놓은 듯한 임지아의 모습을 본 나는 저도 모르게 술잔을 들어 올렸다가, 엄겨울에게 제지당했다. 엄겨울이 웨이터에게 주스 한 잔을 부탁했다. “너는 위가 좋지 않으니 술을 적게 마셔.” 사실 내가 든 잔에 담긴 술은 오영은이 이미 물을 타 희석해 준 상태였지만, 엄겨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본 나는 주스를 바꿔 들었다. 풍민호는 한쪽에 선 채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엄 교수가 여자를 아껴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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