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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장

나는 시선을 거두고 주한준의 경고를 떠올리며 입을 꽉 깨물었다. 나는 한석훈을 설득하려고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오늘 협상이 이렇게 됐는데 내가 갑자기 한석훈을 찾아가면 정말 주한준말대로 계속 우리한테 엿 먹일 기회를 주는 거였기에 나는 가운데서 자리를 놔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랑 음유시인을 다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준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점심이 지나서 나는 정리한 서류들을 가지고 안준연의 거처로 갔는데 외출하려는 안준연이랑 마주쳤다. 안준연은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같은 계열의 모자를 하고 고글을 착용했는데 얼핏 보아도 멋졌다. 손에 등산용 지팡이도 있는 걸 보아서 아마 등산하러 가는 것 같았다. 나를 본 안준연은 멈칫하더니 이내 긴장해서 물었다. "누나가 웬일로 왔어?" 나는 너무 중요한 일이라 안준연이 날 만나지도 않고 거절할까 봐 먼저 연락하지 않고 찾아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려고?" "응."' 안준연은 아주 작은 소리로 답했는데 마치 나와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하긴, 똑똑한 녀석이라 어쩌면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바로 눈치챘을 수도 있다. 어색해 진 나는 안준연의 말을 따라 대화를 이어갔다. "등산 입구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너랑 얘기 좀 나눠도 돼?" 안준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유부단해 했다. 한석훈이 안준연한테 제일 친한 친구인데 당연히 친구를 위해 생각해야 하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준연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먼저 놀아, 우리는 시간 나면 다시 얘기해." 내가 말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얼마 안 가 안준연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꼭 음유시인이어야 해? 음유시인이 어떤 점에 그렇게 끌렸는데?"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안준연을 보았는데 안준연은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고 이상한 고집도 있어 보였다. 나는 숨김없이 솔직히 말했다. "일단은 음유시인이 능력이 뛰어나서 좋았고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접촉했는데 우리랑 케미도 생긴 것 같아서 잘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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