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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장

"안 돼." 안준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누나, 이 일은 누나 마음대로 하게 할 수 없어." 나는 머리를 숙이고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병원 소독수 냄새를 못 맡아. 여기에 계속 있으면 아마 잘 수 없을 거야, 제발 부탁이야." 난 병원에 단 일 분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안준연은 내가 힘들어하는 걸 눈치채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누나 이길 수 없다니까." 30분 뒤, 안준연은 나를 부추여 호텔로 돌아왔다. 비좁은 방을 본 안준연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안준연은 진짜 재벌 2세라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나, 이렇게 힘들게 완남까지 왔는데 왜 이딴 곳에 머무른 거야? 설마 음유시인 찾으려고? 그럴 가치가 있어?" 안준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물러설 곳이 없어."' 안준연은 애틋하게 날 바라보며 물었다. "누나가 이렇게 많은 노력 했는데 결국에 헛고생한 거면 어떡해?" 그것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나는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누나 정말... " 안준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화내면서 말했다. "고집불통이야!" 그러고는 화가 잔뜩 나서 가버렸다. 대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안준연이 봤을 때 내가 정말 멍청해 보였나 보다. 하지만 별수가 없는데 어떡하겠어. 난 임지아처럼 그렇게 복 받은 여자가 아닌데. 자고 깨났더니 부재중전화가 여러 통 들어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주한준이 걸어온 것이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걸려 왔는데 그때는 아직 날이 밝기도 전이었다. 주한준이 잘못 걸었는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아 머뭇거리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주한준은 얼마 안 지나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주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에 말한 그 거래 말이야, 생각 끝났어."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 "말씀하시죠." "너한테 고객 명단 공유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도 해줘야 할 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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