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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장

놀라움과 함께 섞인 맑고 깨끗한 소리가 마치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샘물처럼 잔잔하게 내 귀에 들려왔다. 내가 머리를 들고 보니 나보다 네다섯 계단은 아래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적당히 섞인 바람막이를 입고 검은색 모자를 쓴 익숙한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칠 때 나는 그 예쁜 눈을 보고 안준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다시 참고 물었다. "너 왜 여기 있어?" 말하고 나서야 내 목소리가 울음에 섞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준연도 그걸 눈치채고 큰 걸음으로 내 앞에 와서는 고개 숙여 물었다. "누나 어디 다쳤어?" 나는 절대 내가 창피한 일을 꺼내놓지 않기 위해서 안준연의 말에 따라 말을 이어갔다. "발목이 좀 아파." 지난번 백화점에서 발을 삐었을 때보다 확실히 더 아파 났다. 발목에서 갑자기 따뜻한 촉감이 느껴져서 보았더니 안준연이 손으로 가냘픈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냥 삔 거야, 뼈는 안 다친 거 같아." 주한준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내 발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업혀, 내가 의무실에 데려다줄게." 말하고 나서 가방을 앞으로 메고 허리를 숙여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모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내가 그래도 안준연보다 몇 살은 위인데 안준연한테 업히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조금 쉬면 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산에서 내려가야 해." 그 말을 들은 안준연은 나를 돌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누나, 일기예보 안 봐? 날이 바뀌었다고, 산에 안개가 많아서 길이 미끄러운데 이럴 때 산에서 내려가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알기나 해?" 날씨는 정말 주의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됐고, 내가 스위트룸 잡았는데 하룻밤 자고 가." 안준연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난 절대 누나 혼자 안 둬." 안준연은 가느다란 손으로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기대하는 신호를 보냈다. "별로 안 아픈데... " 너무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말에 나는 부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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