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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장

주한준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눈치가 빠르다. 나는 주한준이 내가 그러는 게 젊은 대표님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주한준은 내 마음을 이미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생은 다 연기인데 연기 해야 할 때에는 확실하게 해야 했다. 주한준이 투자자이기에 나는 겉으로만이라도 웃으며 말했다. "주 대표님 농담도 참, 제가 아무리 간땡이가 부어도 어떻게 대표님을 이용하겠어요." "그래?" 주한준은 날 노려보며 말했다. "아닌 것 같던데." 나는 손에 힘을 꽉 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럼요, 그리고 조금 전에 대표님도 잘 맞춰주셨잖아요." 그 말을 들은 주한준은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조금 비꼬는 말투로 말한 건 사실이다. 도를 넘으면 안 되기에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송이나를 보며 말했다. "송 대표님이 부르네요, 먼저 가볼게요." 지금은 주한준보다 송이나한테 더 잘 보여야 할 때다. 산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에는 빈티지하고 세련된 유럽식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주한준과 송이나가 메인 자리에 앉고 나랑 정지훈은 그들 맞은 쪽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고 85년 산 라피트가 이미 열려 있었다. 어딜 봐도 송이나가 정성껏 차린 성의가 가득하였다. 송이나가 웨이터한테 주한준에게 술을 따르라고 눈치를 주었다. 그걸 본 주한준은 손을 살짝 들더니 예의를 갖춰 말했다. "죄송해요 대표님, 우리 집에 있는 분이 좀 엄격한 편이라서요." 그 말을 들은 나와 송이나는 모두 멈칫했다. 주한준이 말하는 그 분은 틀림없이 임지아였다. 밖에서도 이렇게 자각성이 높은 주한준이 참 놀라울 따름이었다. 임지아는 남자를 참 잘 다스리는 것 같았다. 일반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화를 냈겠지만 송이나는 화내지 않고 웨이터한테서 술을 건네받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예쁜 배경을 보면서 어떻게 술 한 잔 안 하실 수 있죠? 안 그래요 남 팀장님?" 송이나가 갑자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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