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장

주한준이 갑자기 나한테 이런 죄명 뒤집어씌울 줄 생각도 못 했다. 가지도 못하고 그냥 서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정지훈이 날 위해 변명해 주었다. "주 대표님, 형수... 남 팀장님께서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제가 봐도 지금 많이 지치신 거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주한준은 정지훈을 흘겨보고는 말했다. "사람 아주 잘 관찰했네?" 주한준은 날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지훈은 입만 삐죽거리면서 억울하게 날 쳐다볼 뿐 더는 말하지 못했다. 이렇게 성격이 더러운 상사를 모시려면 정지훈도 참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분위기는 삽시에 싸해졌다. "주 대표님, 왜 이렇게 진지하게 구세요." 송이나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우리 여자들이 체력이 원래 남자들보다 못한데요.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주 대표님 들어보실래요?" 송이나는 주한준의 어두운 낯빛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송 대표님, 말씀해 보시죠." "남 팀장님께서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시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시간을 주자고요." 송이나는 교활한 눈빛을 바로 정지훈한테 돌리고는 말했다. "정 비서님, 남 팀장님 맡겨도 되죠? 저는 주 대표님이랑 계속 등산할게요, 저녁즈음에 우리 산꼭대기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해요, 어때요?" 의견 물어보는 듯한 말투였지만 실은 이미 모두 결정한 것과 다름없었다. 똑똑한 여자는 역시 자기를 위해 기회를 마련할 줄 안다. 송이나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 정지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주한준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주한준은 아예 무시해 버렸다. 하긴, 미녀가 이렇게 초대하는데 바로 거절하거나 바로 동의하는 게 그 어느 것도 적절하진 않으니까. 게다가 주한준과 송이나 사이에는 임지아가 있으니 더욱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송이나의 제안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용기내 입을 열었다. "송 대표님, 정말 생각이 깊으시네요. 그러면 대표님이랑 주 대표님이 구름바다 구경도 할 수 있고 저는 체력도 보충할 수 있잖아요, 정말 일석이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