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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장

솔직하게 한 말이었다. 시간도 자본이기 때문에 희망도 없는 임지아와 주한준한테 기대를 할 바에는 차라리 안준연을 찾아가는 게 나았다. 하지만 솔직한 말은 항상 다른 사람한테 실례가 되기 마련이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미소를 짓고 있던 임지아는 얼굴이 굳어버렸고 주한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렇게 다급한 시간에도 남 팀장은 남자 만날 여유도 있고 참 좋네요." 남자 만날 여유라, 역시 금융계 상위권이라 그런가 단어 선택도 참 고급스럽네요. 나는 더 문제 일으키기 싫어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 사적인 일이라 주 대표님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네요." 말을 다 하고 나는 돌아서서 가려는데 주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진아, 그게 지금 무슨 태도지?" 나는 잠시 멈칫하고 다시 주한준을 바라보았는데 그때 또 주한준이 말을 이어갔다. "기회를 줬으면 감사하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지금 누구한테 역정이지?" 내 불쾌함이 이렇게 티 났다니. 나는 주한준과 임지아를 번갈아 보았는데 임지아는 머리를 숙이고 억울함을 당한 듯한 표정으로 주한준의 옷 꼬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오빠, 나 괜찮아, 선배한테 감사 인사받자고 한 일도 아니야, 그러니까 선배한테 화내지 마." 그 말을 들은 주한준은 조금은 화를 가라앉힌 듯했다. 하지만 날 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독이 가득했다. "정말이지." 주한준은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주제를 몰라." 그리고는 임지아를 데리고 떠났다. 두 사람이 모습이 내 시선에서 멀어질 즈음 난 그제야 주먹을 풀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차 앞에 도착하자 안준연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누나 어디 아파?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배고파서 그런 거 같아." 식성 레스토랑 룸에서 나는 밥을 안준연한테 주면서 말했다.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많이 먹어." "누나 사람 너무 잘 챙기는 거 아니야?" 안준연은 턱을 괴고 이쁜 눈으로 눈웃음치며 나한테 말했다. 머리에 음유시인 생각으로 가득 찬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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