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연초월은 허허 웃으며 방금 우려낸 차를 건네주었다.
“자, 사부인 차 드세요!”
신수민은 마지못해 웃었다.
“그래요. 의외에요. 수민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여기서 산다는 얘기를 듣고 제 귀를 믿을 수 없었어요. 이런 집이 정말로 사돈 집이라니!”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대로 내뱉었다.
“풉, 이거 무슨 차야?”
연초월은 난처한 표정으로 ‘홍차’ 라고 말했다.
“허허, 천 원짜리 한 봉지 같은 거예요, 아니면 몇 천 원짜리 한 봉지 같은 거요? 평소에 너무 싸구려만 마시는 거 아니에요?”
소지민은 연초월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였다.
신수연 역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비웃듯이 말하였다.
“역시 맛없어요! 평소 우리가 마시는 차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저기, 사부인 죄송하게 됐어요. 저희들은 평소에 이런 싼 차를 마시는데 사부인이 오실 줄 알았으면 준비해둘 걸 그랬네요. 지금이라도 태호 아버지한테 사 오라고 할까요?”
연초월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그게 좋겠어요. 제가 곧 나가서 좋은 차를 사가지고 올게요!”
이태식은 어색하고 긴장한 탓에 손을 비비며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뭘 사요?”
옆에서 듣고 있던 신수민은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마시고 싶지 않으면 안 마시면 그만이에요.”
“수민아, 어떻게 엄마 아빠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소지민은 분노하여 신수민을 향해 소리쳤다.
신수민도 이에 질세라 받아쳤다.
“난 사실 그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손님으로 왔으면 주인의 뜻도 존중해 줘야 하는게 예의 아닌가요? 설마 엄마도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죠? 엄마한테 누가 옷 안 예쁘다고 하면 기분 좋으시겠어요?”
“너...”
소지민은 이를 악물었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설마 그녀의 딸이 이렇게 무안을 줄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사돈, 사실 필요 없어요. 맛만 좋네요!”
신영식이 차를 마시고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이 사람이 진짜. 팔이 밖으로 굽다니!”
소지민은 신영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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