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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태호야, 누군지 몰라?” 이태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이태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 이유 없이 남을 도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태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 얼굴 본 적 없어요?” 이에 연초월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분은 매번 문만 두 번 두드리고 떠나가. 가끔 달려나가도 뒷모습밖에 보지 못해.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돈을 두고 갔어. 어떤 때는 아침에 오고 어떤 때는 밤에 와서 도통 종잡을 수가 없어. 하지만 보통 매월 15, 16일 좌우에 오더라.” 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희들을 도와준 사람들한테 어떻게든 보답할 거예요.” 그리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엄마, 이제 더 이상 폐지 줍지 말아요. 그리고 아빠도 내일부터 현장에 나가지 마요. 이제부터 돈은 제가 벌게요.” 그러나 이태식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빠 이제 50살밖에 안 됐어. 나중에 체력이 따르지 못할 때 그만두면 돼.” 연초월도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돈 쓸 일도 많은데 지금 그만둘 수 없어.” 이태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한테 돈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귀인께서 준 돈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걸요. 엄마, 아빠가 계속 힘들게 일하면 제 마음만 아파요.” 아들이 시무룩해 하는 모습에 연초월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네가 돌아왔으니까 우리도 이제 편하게 지내야지. 하현우한테 줘야 할 돈도 다 줬으니까 우리도 이제 다리 쭉 뻗고 살자.” 이태호는 이번에 이태식한테 고개를 돌렸다. “아빠 요즘에 요근 손상이 생겼어요. 허리도 회복할 겸 이제부터 푹 쉬어요. 계속 일하다가는 건강만 잃게 될 거예요.” “내가 허리 아픈 건 어떻게 알았어?” 이태식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요즘 허리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아직 아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괜히 병원에 갔다가 돈만 쓸 게 뻔했으니 말이다. “여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연초월이 남편을 째려봤다. “돈보다 건강이 먼저란 거 몰라? 태호가 오기 전에 당신이 드러누웠다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아니야, 별로 아프지도 않아. 파스 붙이면 금방 나을 거야.” 이태식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빠, 내일부터 현장에 나가지 마요. 아빠 허리는 제가 책임지고 고칠게요. 저한테 약이 있으니까 이틀이면 다 나을 거예요.” 이태호는 말하며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이태식한테 건넸다. “그래? 하하, 마침 잘됐네. 파스 살 돈도 아끼고 말이야.” 이태식이 하하 크게 웃었다. 부부는 아들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에 겨워 입이 귀에 걸렸다. 이태식은 이날 밤 아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다음 날 아침, 이태식은 잠에서 깬 후 기지개를 켜며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 아프던 허리가 말끔히 나았기 때문이다. 그는 믿을 수 없어 손으로 허리를 주물렀지만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보, 허리가 다 나은 것 같아! 하나도 안 아파!” 이태식이 연초월을 흔들어 깨웠다. “그래? 거 참 신기하네. 어제 태호가 약을 바를 때만 해도 아프다고 난리를 쳤잖아. 벌써 다 나은 거야?” 연초월도 똑같이 믿기지 않았다. “태호가 진짜 좋은 분을 만난 모양이야. 우리도 이제부터 마음 놓고 푹 쉬자.” 이태식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오늘 현장에 가서 주임한테 월급 달라고 해야지. 앞으로 안 갈 거야!” “그래. 태호는 일어났나? 오늘 아침도 맛있는 거 사야겠어.” 연초월은 아들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얼굴에 미소도 되찾았고 예전보다 젊어진 듯했다. “태호가 일찍 일어났나 봐. 벌써 나가고 없어. 옷 사러 간 모양이야.” “걱정하지 마. 이제 태호가 일자리를 찾고 성실히 살아간다면 우리도 편해질 거야.” 이태식이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나도 며칠 쉬다가 수월한 일자리를 찾아야지.” 같은 시각, 이태호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익숙한 공원을 거닐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정희주가 자기를 버렸다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이태호가 한창 과거를 회상하며 공원을 거닐고 있을 때 공원 정자에서 꽃무늬 치마를 입은 미녀가 고함을 질렀다. 이태호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한 늙은이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그 늙은이와 바둑을 둔 중년 남성도 깜짝 놀라 황급히 살펴봤다. “용씨 어르신! 왜, 왜 그러세요?” 이태호는 당장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돌발성 뇌출혈이야!” 그는 늙은이 상태를 보자마자 바로 병을 알아챘다. “어떡해! 어떡해! 얼른 구급차 불러요!” 치마를 입은 여성은 뇌출혈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얘졌다. “괜찮아요, 제가 한번 볼게요!” 이태호는 늙은이를 반듯하게 눕히고 혈자리 몇 개를 짚었다. “후!” 이에 방금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늙은이가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자, 이 알약을 삼키세요!” 이태호가 알약 한 알을 꺼내 늙은이의 입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 물이요!” 치마 입은 여자가 재빨리 책상에서 물을 가져왔다. 용씨 어르신은 알약을 삼킨 후 대략 1분 후에 의식을 완전히 회복했다. “젊은이, 방금 저승사자를 따라갈 뻔했는데 자네 덕분에 살아난 것 같아!” 용씨 어르신은 몸보다 살짝 작은 낡은 옷을 입은 젊은이를 보고 흠칫 놀랐다. 머리가 긴 것이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 거지꼴을 한 젊은이가 그의 목숨을 살린 건 확실했다. 이때,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은 정장의 보디가드들이 달려왔고 가장 앞에 있던 보디가드가 어르신을 보며 말했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괜찮아. 이 젊은이 덕분에 이미 다 나은 것 같아!” 용씨 어르신이 손을 저으며 보디가드한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방금 진짜 뇌출혈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뭘 먹인 거예요?” 용지혜가 눈살을 찌푸린 채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눈앞의 젊은이를 흘겨봤다. 방금 그녀도 당황했던지라 이태호가 말하는 대로 따랐었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리자 이태호가 사기꾼은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뇌출혈이 아닐 수도 있었다. 만약 이 젊은이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거라면 어떡한단 말인가? 필경 용씨 가문은 태성시에서 꽤나 이름있는 가문이었으니 말이다. “제 의술을 의심하는 겁니까?” 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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