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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조수연은 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우리가 무슨 관계인데?” 한정훈은 돌직구를 날려 보기로 했다. “솔직히 얘기할게. 네 부모님은 우리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난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고.” 예상했던 일이기에 조수연은 놀랍지도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이상한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게. 하지만 난 이미 남자친구 있어.” 한정훈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설마 정말 저 운전기사랑 결혼까지 하려고? 저 사람 한 달 수입으로 우리집 개도 못 먹여 살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너랑 결혼해.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은 나야.” 조수연은 이장훈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이 돈을 못 벌면 내가 벌면 돼.” 이장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음침했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냥 장난이었을 뿐인데 이 여자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예쁘고 몸매까지 완벽한 그녀가 자신을 위해 돈을 벌어준다니! 한정훈은 얼굴이 퍼렇게 질려서 언성을 높였다. “저 사람이 뭐가 좋아? 나보다 가난한 거 말고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저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뭐야?” 조수연은 이장훈이 아내를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일을 떠올렸다. 자기 여자를 위해 그 정도까지 헌신할 수 있는 남자와,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목청부터 높아지는 한정훈이 비교가 됐다. 인성과 책임감만 놓고 비교하면 한정훈은 이장훈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장훈 씨는 책임감이 강해.” 말을 마친 그녀는 이장훈의 옷깃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한정훈은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유란 말인가! 그는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옆에 있던 컵을 집어던졌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오예원은 그들이 나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수연이는 참여시키지 말자고 했잖아.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고 그걸 네 연애사업에 이용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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