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한정훈은 비싼 차를 자랑하고 운전기사 신분인 이장훈을 조롱하려 했지만 이장훈은 자신이 조수연과 뜨거운 관계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밤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그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조수연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수치심에 괜히 주먹으로 이장훈의 어깨를 쳤다. “무슨 헛소리예요, 그게? 우리가 언제 뜨거운 밤을 보냈다고 그래요? 같은 방에서 잠만 잤잖아요!” 이장훈은 능청스레 웃으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설명 좀 하자면 사실 어제 밤새 악몽에 시달렸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 온몸이 뻐근해요. 그만 쳐요.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조수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설명은 안 하느니만 못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정훈 앞에서 아니라고 발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이를 갈며 주먹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한지훈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이장훈, 감히 내 여자를… 두고 봐! 죽여버릴 거야! 조수연, 이 방탕한 년은 내가 그렇게 좋다고 쫓아다닐 때는 고결한 척 혼자 다하더니 이런 여자였어? 두고 봐! 내가 태진그룹 인수하고 너희 두 연놈을 내 앞에 무릎 꿇릴 거니까!’ 조수연은 한참 기다려도 한정훈이 차에 타지 않자, 차 창을 내리고 재촉했다. “한정훈, 나 빨리 공항 가야 해. 어서 출발하자.” 한정훈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가.” 차에 오른 그는 부리나케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는 내내 차 안은 조용했다. 이장훈은 눈을 감고 잠든 척하고 있었다. 그는 한정훈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출소한 뒤로 집에서 이틀만 머물다 바로 서울로 올라왔기에 집이 너무 그리웠다. 예령이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준 해물 칼국수도 생각났다. 조수연은 어색한 마음에 한지훈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지만 대화는 어색하게 겉돌기만 할 뿐이었다. 가는 내내 한정훈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