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장

이순철은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조태풍은 부부와 일상적인 얘기를 더 나누다가 조수연과 함께 돌아갔다. 군현동의 어느 한 별장. 이장훈은 익숙한 대문을 쳐다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인생 처음으로 큰돈을 만졌을 때 구매한 부동산이 바로 이곳이었다. 김인영은 그가 사는 별장을 보고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온 여자였다. 몇 년이 지나서 모든 게 바뀌었다는 게 씁쓸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며 정원을 둘러보았다. 정원에는 세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둘은 그를 등지고 있었는데 장모 김현화와 처남 김유신으로 보였다. 두 사람의 앞에는 한 여자애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섯 살 정도 된 아이는 통통한 볼에 크고 순한 눈망울을 갖고 있었다. 아이를 알아본 이장훈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가 그렇게 그리던 딸, 예령이었다. 딸은 뭔가 잘못을 했는지 외할머니와 외삼촌에게 혼나고 있었다. 이장훈은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무작정 아이를 감싸는 건 아이의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김현화가 아이의 귀를 쭉 잡아당기며 차갑게 물었다. “귀가 먹었어? 내가 몇번을 말해? 이 세상에 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네 엄마밖에 없다고! 네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네 엄마가 미워서 헐뜯는 거야. 그런 말 믿으면 안 돼!” 예령이는 귀가 아픈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엄마 헐뜯은 적 없어요!” 김현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그런데 넌 왜 네 엄마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이가 서럽게 울며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매일 어린이집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오는데 우리 엄마는 한 번도 데리러온 적이 없었어요. 다른 친구들 엄마는 밤에 잠잘 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엄마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엄마는 예령이 보러 오지도 않잖아요. 엄마는 예령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친구들이 저한테 엄마 없는 애라고 놀린단 말이에요….” 김현화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한 표정으로 아이를 달랬다. “아니야. 엄마는 널 사랑해. 넌 엄마 없는 아이가 아니야. 아빠 없는 아이라면 모를까. 네 아빠도 3년 동안 널 한 번도 보러 온 적 없잖아? 널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네 아빠야!” 그러자 아이는 소매로 눈물을 쓱 닦고는 두려움없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아빠는 예령이랑 엄마 모두를 사랑해요.” 김현화가 화가 난 목소리로 반박했다. “허튼소리! 네가 뭘 알아? 네 아빠는 전과자야. 범죄자라고! 형사님들이 잡아갔어!” 아이가 울며 소리쳤다. “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빠는 엄마를 대신해서 감옥에 간 거라고요! 할머니랑 엄마가 싸울 때 저도 다 들었어요. 아빠는 예령이를 사랑해요. 우리 아빠 욕하지 말아요!” 뒤에서 듣고 있던 이장훈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3년 동안 딸에게 해준 게 없다고 생각하니 더 괴롭고 죄책감이 들었다. 김현화는 아이가 울자 짜증스럽게 욕설을 퍼부었다. “네 아빠는 범죄자 맞아! 쪼끄만 것이 어디서 말대꾸야!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가르쳤어? 말을 안 듣는 꼬맹이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놀란 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갑자기 뻗어나온 커다란 손이 김현화의 팔목을 잡았다. 김현화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이장훈을 알아보더니 놀라서 뒷걸음질쳤다. “자… 자네가 어떻게?” 이장훈은 아이를 품에 안고는 차갑게 따져물었다. “제가 없는 사이에 이런 식으로 애를 학대했던 겁니까?” 이내 정신을 차린 김현화가 버럭 화를 냈다. “자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얼른 예령이 내려놔! 이혼 서류에 사인하기 전에는 절대 애 데려갈 생각하지 마.” 이장훈은 이혼 얘기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아이의 눈치를 살폈다. 부모님의 이혼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령이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아이는 말간 눈으로 이장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빠, 정말 아빠야?” 이장훈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아빠야. 늦어서 미안해. 앞으로는 아빠가 지켜줄게. 아무도 너 괴롭히지 못할 거야!” 아이는 그대로 이장훈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아빠, 나 집에 갈래. 여기 있기 싫어. 외할머니는 맨날 나 때리고 혼내. 예령이 너무 무서워. 얼른 집에 가자.” 이장훈은 아이를 품에 꽉 껴안았다.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떨림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가자.” 김현화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혼 서류에 사인하기 전에는 애 데려가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지!” 이장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이의 앞에서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류에는 이미 사인했어요.” 김현화가 입을 삐죽였다. “거짓말하지 마. 난 인영이한테 전해들은 얘기 없어. 인영이는 이제 잘나가는 회사 대표야. 애 앞길 막지 말고 당장 꺼져! 이혼을 거부하면 딸도 못볼 줄 알아!” 이장훈은 치가 떨렸다. 김인영이 대표로 있는 회사는 원래 그의 회사였다. 남의 회사를 가로채고 오히려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고가는 상황이라니! 놀란 예령이가 품으로 파고 들자 그는 길게 심호흡하며 분노를 달랬다. 김유신은 이장훈이 말이 없자 그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이장훈, 3년 동안 이혼하기 싫어서 계속 면회를 거부하는 바람에 누나가 아까운 청춘을 3년이나 낭비했어. 너희 부모님 집에 찾아가서 그렇게 난동을 부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더라? 오늘도 사인을 거부하면 병신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이장훈은 고향집에 돌아갔을 때 마주했던 광경이 떠올랐다. 다 찌그러진 대문과 성한 곳이 없는 가구들, 그리고 머리가 하얗게 샌 부모님…. 그는 치미는 분노를 억제하며 차갑게 말했다. “안 그래도 너한테 따질 생각이었어!” 그러자 김유신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나 격투기장 다녀. 설마 나랑 싸우자는 거야?” 말을 마친 그는 다짜고짜 이장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장훈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는 한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리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리를 뻗어 김유신의 복부를 걷어찼다. “윽!” 힘없는 신음과 함께 김유신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는 배를 붙잡고 경악한 표정으로 이장훈을 바라보았다. “너 그 속도 뭐야? 어떻게 한 거지? 내가 방심했네. 내 이놈을 그냥….” 이장훈은 말하기도 귀찮아서 다시 다리를 뻗었다. 김유신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퍽퍽! 이장훈은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발길질을 했고 김유신의 비명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젠장! 나 죽네! 야,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혼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이장훈은 공격을 멈추고 김유신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다시 우리 집에 가서 난동 부리면 혼날 줄 알아! 그리고 이혼 서류엔 이미 사인했어. 너희가 안 한다고 해도 내가 이혼할 거야!” 그 말을 들은 김유신은 경악한 표정으로 이장훈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전혀 믿기지 않았는데 지금 이장훈이 하는 것을 보니 사실인 것 같았다. 멀리 피해 있던 김현화는 아들이 맞고만 있자 화가 치밀어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이장훈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감히 누굴 쳐? 죽고 싶어?”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