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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이장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연이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는데 굳이 그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조수연은 왕준엽이 가까이 오자 서둘러 그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왕 대표님, 드디어 이렇게 뵙네요.” 왕준엽은 인상을 확 구겼다. “내가 말했잖아. 오늘 손님 안 만난다고. 자네 큰아버지가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그런데도 오늘은 안 된다고 거절했어. 그런데 내가 자네를 따로 만나줄 것 같아?” 조수연은 처음 듣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큰아버지의 태도가 왜 그렇게 여유가 넘쳤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왕준엽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면 굳이 그가 조급해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어떡하지?’ 그러다가 이장훈이 건넨 명함이 떠올랐다. 그녀는 얼른 그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왕 대표님, 저는 이분 소개로 왔어요.” 명함을 받은 왕준엽은 익숙한 이름을 보고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LK 회장님이군. 비록 내가 그분을 존경하긴 하지만 그분의 눈치를 봐가며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지.” 조수연은 기대에 부풀어 명함을 내밀었다가 오히려 왕준엽의 반감을 산 것 같아서 불안했다. “대표님, 저에게 10분만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왕준엽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아가씨, 그냥 돌아가. 태진이랑 같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난 조명호랑만 할 거야.” 조수연을 거절한 그는 고개를 돌려 노인에게 말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철 모르는 애들 둘 때문에 좀 지체했네요. 제가 공항까지 모시겠습니다.” 마윤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대문을 나섰다. 그의 무심한 시선이 이장훈의 손가락에 낀 반지에 닿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반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물었다. “젊은 친구, 그 반지 한번 보여줄 수 있나?” 이장훈은 떨떠름한 얼굴로 왼손을 내밀었다. 이건 스승님이 그에게 준 반지였다. 무슨 재질인지 거무죽죽한 것이 불빛을 받아 음산한 빛을 뿜고 있었다. 디자인도 굉장히 독특했다. 마윤철은 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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