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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조수연은 아버지의 단호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빠.”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는 이장훈과 함께 정원으로 나왔다. 이장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에 잠겼다. 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복잡했다. 조수연의 아버지 조명덕은 지난 날 무시당한 서러움이 있어 이번 기회에 다른 친척들의 기를 눌러주려 하고 있고 조수연의 숙부나 오빠들은 조수연의 대표이사 취임에 불만이 많은 눈치였다. 내일이면 미래 장모님의 생신연인데 어쩌면 대표이사직을 두고 싸우는 전장이 될 수도 있었다. 조수연은 이장훈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회사에서 난 지시를 내리는 입장이지만 집에만 오면 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까 장덕호랑 장훈 씨 사이에 있었던 일만 봐도 그래요. 난 누군가가 일부러 우리한테 시비를 걸어온 거라고 봐요. 아빠는 이런 면에 둔감하셔서 오해를 한 것 같아요.” 사과인지 아니면 변명인지 이장훈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싸늘한 말투에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건 그녀의 건강 상태와도 연관이 있었다. 오랜 기간 솔로로 살아서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성격이 더 차갑고 예민했다. 그녀에게 시급한 것은 음양의 조화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흔들리는 애플힙을 보자 저도 모르게 남자의 본성이 깨어났다. 그는 진도를 빨리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수연은 점점 더 차가운 성격으로 변해갈 것이다. 한편 앞장서서 걷던 조수연은 인기척이 없자, 걸음을 멈추고 그를 재촉했다. “어서 안 따라오고 뭐 해요?” 이장훈은 순간 당황하며 저도 모르게 속심말을 꺼내고 말았다. “오늘 밤 잠은 어디서 자요?” 그 말을 듣자마자 조수연은 할아버지의 부탁이 떠올랐다. 다른 친척들에게도 이장훈이 자신의 남자라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같은 방에서 잠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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