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그때에는 아무런 희망도 걸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완치됐어요.” 허가윤은 안소희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다. “치료가 끝나고 영재에게 연락해서 저의 상황을 설명했더니 일이 이렇게 됐어요.” 안소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지금 나더러 상이라도 달라는 말인가요?” “저에게 그렇게까지 적대시할 필요 없어요. 오늘은 소희 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허가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안소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허가윤은 한참이나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희 씨 나 씨 집안 할아버님과 어머님한테 우리 두 사람을 허락해 달라고 설득해 줄 수 있어요? 저 영재를 진심으로 좋아하거든요.” 폰을 하고 있던 안소희는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7인방> 단톡방을 열어 오랜만에 문자 하나를 보냈다. “나 병신 같아 보여?” 전에는 나영재, 지금은 허가윤. 다들 내가 만만해 보이나 본데. 마우스:[??] 서도훈:[?] 기타 사람:[???] 강서우:[해킹당했어?] 마우스:[무슨 말이야?] 안소희는 답장을 보내면서 허가윤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평소 타인과 얘기를 나눌 때에는 폰을 절대로 보지 않던 안소희였다. 타인과 얘기할 때 폰하는 행위는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예의는 사람을 상대로 지키는 거지, 쓰레기를 상대로 지키는 건 아니다. 안소희:[나영재의 첫사랑이 지금 자신이 나영재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기 두 사람을 허락할 수 있도록 나더러 나 씨 집안 어르신들을 설득해 달라고 하네.] 문자를 보내자 문자 폭풍이 일어났다. 마우스:[머리가 잘못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강서우:[돈 좀 줘서 뇌 CT를 찍어 보라고 하지.] 이서진:[나한테 찾아오라고 해. 나 저런 미친병 치료 전문이잖아.] 마우스:[화가 나서 미치겠네.] 이서진:[@안소희 도와줘. 있는 힘껏 도와줘.] 마우스:[?] 강서우:[?] 안소희는 이서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