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퇴원 수속 마쳤어요."
나영재는 여전히 얼음같이 차가웠다.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아니면 할아버지 ‘친손녀’가 모셔다 드릴까요?”
“너 같은 자식은 필요 없어.”
할아버지는 아직 화가 가셔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제의 광경이 떠올랐다.
정원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는데, 나영재가 허가윤을 데리고 나타났다. 간단하게 허가윤을 소개한 뒤 나영재는, 안소희와 이혼하고 허가윤과 결혼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이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너무 화가 나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영재의 뺨을 내리쳤다. 어려서부터 예의가 바르고 철이 빨리 들었던 손자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알겠어요.”
나영재는 더 이상 구구절절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차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안소희는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고 할아버지를 모시고 퇴원했다.
나영재를 스쳐 지나갈 때, 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눈빛 교류도 없이 서로를 낯선 사람 대하듯 했다.
하루가 또 지나갔다.
안소희가 강성에 온 지 이틀째가 되었다.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고 그는 얼마 전에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주택으로 가서 이혼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13일이 남았다.
서울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오기도 귀찮아서 그냥 강성에 머물기로 했다.
이날.
노트북을 금방 꺼내어 일하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찾아온 사람이 허가윤인 것을 보고 안소희는 놀랐다. 허가윤이 찾아온 건 예상 밖이었다.
“소희 씨.”
허가윤은 아이보리 트렌치코트에 머리는 우아하게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다.
“저 소희 씨에게 할 말이 있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안 돼요.”
안소희는 단칼에 거절했다.
“나중에 소독하기 귀찮아요.”
허가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온화한 표정은 거의 무너져갔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물었다.
“소희 씨는 왜 저를 이렇게까지 적대시 하죠?”
펑!
허가윤에게 돌아온 것은 문 닫는 소리였다.
외도녀가 이렇게까지 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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