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장
안소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평소와 같이 덤덤하게 말을 했다. "할 얘기없어."
"할 얘기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나영재는 다시 그녀에게 물을 한 잔 따라서 건네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예를 들어 첫사랑이 누구였는지."
안소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영재는 말했다. "그 사람 많이 좋아해?"
"신경쓰여?" 안소희가 되물었다.
나영재와 오랜 시간 함께 보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그를 답답하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예측이 빗나간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나영재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녀에게 다가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했다. "난 그냥 네가 몇 년이 넘게 잊지 못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아." 안소희는 이미 어떻게 말할지 생각했다.
나영재는 황당했다.
그냥 아 이 한마디라고?
예쁜 붉은 눈 위로 둥글게 올라간 속눈썹을 한 안소희는 책상에 등을 기댔다. "그 사람 너랑 똑같아."
나영재는 할 말을 잃었다.
안소희는 말했다. "찌질해."
나영재의 낯빛이 돌연 어두워졌다.
이 여자가!
"그 사람이 정말 궁금하다면 그냥 널 보면 돼." 안소희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려졌고, 말투는 경박했다. "너희 둘이 찌질함으로 따지면 막상막하야. "
나영재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고 더 냉랭해졌다.
안소희가 그는 화가 났겠지라고 생각했을 때, 그가 다시 물었다. "백태환은 또 누구야."
안소희는 잠시 멈칫했다.
백태환은 그녀가 잘 때 인형을 안고 자는 습관 때문에 특별히 맞춤 제작한 수면 인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영재에게 밝히지 않았다.
"왜, 말하기 불편해?" 나영재는 한평생 오늘 밤보다 더 화가 난 적이 없었다.
"불편할 거 없어." 안소희 테이블에 기대서 나영재를 바라봤다. "잠자리 친구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영재는 턱이 경직되더니 얇은 입술이 일자로 오므려졌다.
잠자리 친구? !
만약 겨우 남아있던 이성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면, 그는 이 잠자리 친구의 옷을 벌거벗겨 밖으로 내던졌을 것이다!
"네가 나하고 결혼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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