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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

하지만 그 사람이 모르길 원할수록 그는 더 알게 될 것이다. 그는 큰 글자가 적힌 카드를 테이블 위에 놓더니 압박감에 찬 눈빛으로 안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첫사랑의 이름, 직업, 나이를 내 핸드폰으로 보내." 그 순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수작 부릴 수도 있는 건가?' 안소희도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 정신이 나간 건가? 자기의 직업, 이름, 나이도 모르는 건가?' "왜, 나한테 알려줄 수 없는 거야?" 나영재는 마치 괴롭힘을 당한 듯한 그녀의 눈빛을 보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단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첫사랑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녀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일까? "미쳤어." 안소희는 그 말과 함께 술을 세잔 들이켰다. 한편 서도훈은 그녀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소희는 여태껏 자라면서 술을 몇번 마신 적이 없어 주량이 약하다. 그녀가 세 번째 잔을 마시자 서도훈이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 마셔." "응." 안소희가 대답했다. 세 잔의 술을 마신 뒤 안소희는 드디어 깨달았다. 그렇다, 나영재는 자신에게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설명하지 않고 오해하도록 내버려뒀다. 안소희가 자신의 첫사랑이 나영재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단지 다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만 끝내죠." 소희가 취하면 아주 골치 아프기에 서도훈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소희는 주량이 약해요. 오늘 이미 너무 많이 마셨어요." "그래도..." 나영우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영재가 한숨을 쉬더니 말문을 열었다. "주량이 약하면 말하면 되죠. 강제로 술을 먹이는 사람도 없잖아요." "계속 해." 안소희는 이미 취한 상태라 그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소희야." "잘 놀 수 있어." 그러자 서도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오직 두 사람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4년 전 술 취한 일을 잊은 거야?" 그 순간 안소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얼굴마저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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