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하지훈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를 빼앗긴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길거리에서 그들과 마주친 장면이 자꾸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날 밤 나는 이력서를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공부와 준비에 몰두했다.
나는 분명히 평범한 일자리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내 열정을 무참히 꺾었다.
이틀 내내 면접 통보를 받지 못했고 내 메일함은 텅 비어 있었다.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조유라는 여전히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너 때문이 아니야. 네가 너무 뛰어나고 학벌이 좋아서 그 사람들이 네가 그 일을 하기에는 과분하다고 생각한 거야.”
나는 조유라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유라는 사람을 위로하는 재주가 있었다.
내 반응에 조유라가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연예계에서 성공하면 너 이끌어줄게.”
졸업 직후 나와 하지훈 사이에 벌어진 일로 인해 내 명성이 바닥을 쳤고 다시는 연예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반면 조유라는 이미 좋은 역할 제안을 여러 개 받아 미래가 밝았다.
하지만 조유라의 새어머니는 조유라를 해외로 보냈다.
겉으로는 유학을 보낸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은 조유라를 집에서 내쫓으려는 것이었다.
조유라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연예계에서 그녀의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조유라와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자 내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역시 내 인생에서 조유라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하지훈? 흥,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일 뿐이야. 그런 사람을 위해 내가 마음 아파할 이유가 뭐 있어.’
조유라의 격려 덕분에 다음 날 나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아침에는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여러 군데 이력서를 보냈고 오후에는 인력사무소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인력사무소로 향하는 길에 아침에 지원한 회사 중 한 곳에서 지금 바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순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다시금 희망을 품었다.
이번에 면접을 보게 될 직무는 시장 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