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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장

바로 오빠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오빠가 잔뜩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영아, 미안해. 신혜 씨한테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늘 못 가게 됐어...” “아...”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나 여기서 거의 두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정말 미안해. 신혜 씨도 방금 나한테 전화해서 알려줬거든. 집에 아주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신혜 씨가 자기 대신 사과해 달래. 아영아, 화내지 말고 신혜 씨 탓하지도 말아 줘. 신혜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못 가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어. 아까 전화로 울기까지 하더라.” “정말이야?” 내가 무덤덤하게 묻자 오빠는 다급해졌다. “정말이야. 신혜 씨는 정말 일부러 약속을 어긴 게 아니야. 제발 신혜 씨한테 화내지 마. 제발.” 오빠가 그 신혜라는 여자를 많이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 안 났어. 괜찮아. 다음에 다시 만나면 되지.” “정말 화 안 났어?” 오빠는 전화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이야.”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도 좋아. 그리고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이겠지.” “화가 안 났다니 다행이다. 오빠는 네가 화낼까 봐 정말 걱정했거든.” “괜찮아. 나도 그냥 이 식당에서 한두 시간 기다린 것뿐인데 뭐. 집에 가도 할 일 없고.” 사실 그녀가 이렇게 약속을 어긴 것에 내심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만남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았고 그만큼 오빠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빠의 간청과 사과를 듣고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여자가 정말로 오빠를 진심으로 좋아하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다면 오빠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걱정이었다. “아영아, 뭐라도 먹었어? 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아직도 안 먹었으면 안 되지.” 오빠가 걱정하며 묻자 나는 텅 빈 식탁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응. 디저트 조금 먹었어.” “다행이네. 이번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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