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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하지훈은 침대에서 나를 3일 밤낮을 괴롭혔다. 그는 비천한 데릴사위였다. 나는 내 몸에 손 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발밑에 짓밟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망했고 그는 대박 났다. 복수라도 하듯 그는 나에게 끝없는 힘을 가하고 있다. ... 내 남편은 데릴사위다. 원래 나는 그의 동생을 좋아했는데 동창회에 참석했던 그는 내가 취한 틈을 타서 나랑 자 버렸고 이 일은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알도록 떠들썩해졌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시집보냈지만 우리 집 데릴사위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훈은 그의 아버지와 전처의 아들이었는데 그의 아버지가 이혼하고 재혼한 이후로 그를 별로 보살피지 않았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좋았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아끼는 보배였기에 우리 집 데릴사위로 데려오는 건 아버지도 원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둘은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는데 그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의 동생이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의 그 분노 때문에 나는 사사건건 그를 겨냥하여 밤에 바닥에서 자게 하며 여태껏 그가 침대에서 자는 걸 허락한 적이 없다. 밥을 먹을 때 나는 오빠와 함께 그를 조롱하고 억압했는데 그가 음식을 집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모임 날, 밖에서 갑자기 비가 왔다. 그가 자상하게 우산을 갖다주었지만 그때도 나는 그를 한바탕 꾸짖었다. 어쨌든 그를 욕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이상할 만큼 화가 없었는데 나와 내 가족이 아무리 괴롭히고 억압해도 언제나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만 보였다. 솔직히 하지훈은 꽤 잘 생겼지만 학교 다닐 때 너무 내성적인 데다가 성적도 꼴찌였으며 낙제도 자주 해 학교에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동생은 형과 달리 밝고 잘생기고 성적도 좋아 학교에선 화제의 인물이었다. 나와 그의 동생이 막 피워낸 사랑의 불꽃을 이렇게 그가 꺼버린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은 또 한바탕 불쾌해졌다. 한밤중에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바닥에 곤히 잠든 그를 발로 차서 깨우고는 목마르다고 하자 그는 황급히 일어나서 나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가을이 되면 따뜻한 물 한 잔까지 챙겨줄 줄 알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창회 날 밤에 술 취한 나를 범했다는 고까운 생각에 나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물 한 잔을 전부 그의 얼굴에 뿌렸다.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욕실로 갔다. 묵묵히 돌아서는 그의 크고 듬직한 뒷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는 결국 조금의 죄책감이 생겼다. 하지만 내 일생의 행복을 망쳐버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죄책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렇게 그는 나에게 3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3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우리 집이 파산을 맞이했고, 나는 차츰 하지훈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는 나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는 이혼 합의서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그의 여신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매우 괴로웠다. 마치 커다란 손에 꽉 잡힌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러나 공주님처럼 커온 나는 자존심이 강했고 하지훈 앞에서 조금도 서운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깔끔하게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사인을 마친 그의 서글서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님에게 데려다주라고 할까?” 나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반응했다. 그렇다. 내가 20년 넘게 살고 있던 이 별장이 더는 내 집이 아니다. 우리 집은 이미 파산해서 자산을 전부 팔았다. 그리고 처음에 비열한 수단으로 나와 결혼하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데릴사위 하지훈은 우리 몰래 조용히 회사를 설립하고 번창해져서 이 별장을 샀다. 하지만 나는 그를 탓할 자격도 없고 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할 자격도 없었다. 그것은 모두 그가 참고 견디며 혼자 노력해서 얻은 것이고, 심지어 우리 집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훈은 나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할 뿐 재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온화함은 내가 예전에 그에게 했던 모든 일을 상기시켜주었는데 순간 나는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이런 상황은 아이러니했다. 나는 망했지만 하지훈은 대박 났으니 예전에 나에게 받은 굴욕을 두 배로 돌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지훈은 그렇지 않고 심지어 예전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야. 나 혼자 갈 수 있어.” 말을 마치고 나는 조금 당황한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그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말이 있어서 이 밤에 날 찾아온 거야?” “아니야.”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든 선물을 움켜쥐었다. 오늘은 우리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다. 예전에는 그에게 따뜻하게 대한 적이 없는데 내가 그에게 호감을 느낀 것을 깨닫고 나서 그와 이런 특별한 날을 한번 잘 보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날 기다리고 있는 건 이혼 합의서일 줄은 몰랐다. 나는 허구프게 웃어버렸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바람에 온몸이 비참하게 젖었다. 다음날, 나는 아파서 이불 속에 틀어박혀 일어나지 못했는데 밖에서 한바탕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허약한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가 보니 아버지가 거의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에 앉아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우리가 지금 사는 곳은 오래된 주택으로 환경이 지저분하지만 임대료는 매우 쌌다. 엄마는 나를 보더니 슬프게 울면서 아빠가 뛰어내리면 함께 죽을 것이라 했다.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다가가서 파산했을 뿐이라고, 사람이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버지는 갑자기 나를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셨는데 이글거리는 눈빛에 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어 아버지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들려왔다. “지훈이한테 가서 아빠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안 될까? 걔는 우리 집 사위이니 반드시 우리를 도울 거야.” 엄마도 다급하게 한마디 곁들었다. “그래, 우리가 예전에 지훈이에게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네 체면을 봐서라도 분명 도움을 줄 거야. 그러니 네가 가서 부탁해 봐.” 쓴웃음을 지은 채 나는 부모님이 내가 이미 이혼당한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남자에게 간청하는 것을 거절했지만 아버지가 죽을 각오로 밀어붙이니 결국 어쩔 수 없이 응낙했다. 출발하기 전, 엄마는 나에게 돈을 조금 주고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판 드레스에 섹시한 슬링백 구두를 사주셨다. 엄마는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화장도 예쁘게 해주고 스타일링도 세련되게 바꾸어주셨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이건 정말 부탁하러 가는 게 아니라 꼬시러 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발가벗고 하지훈 앞에 서도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동창회 날 밤에 하지훈이 왜 나랑 잤는지 나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그때 하지훈도 술에 취해서 나를 여신으로 착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번잡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는 부모님을 단념시키기 위해서 그에게 간청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했다. 하지훈이 지금 회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바로 그의 회사로 갔다. 부모님은 그의 회사 아래층에서 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셨다. 엄마, 아빠의 기대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나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조금 짠한 느낌만 들었다. 하지훈이 있는 층에 갔을 때 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이상한 시선을 보냈고 공기 중에는 온갖 험악한 의론과 조롱이 감돌았다. 나는 못 들은 척 허리를 곧게 펴고 바로 하지훈의 사무실로 갔다. 하지만 하지훈을 보는 순간 나는 겁이 나서 조금 움츠러졌다. 이때 그는 의자에 앉아 도도하게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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