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고청하? 어? 누구지?’
나는 이런 사람을 몰랐고 이런 사람의 전화도 없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는데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누군가 가로챘다.
깜짝 놀라며 돌아섰더니 하지훈이 목욕 수건을 두르고 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이것은 하지훈의 핸드폰이고 고청하는 그가 아는 사람이다.
‘안 되겠어. 나중에 핸드폰이랑 벨 소리 다 바꿔야겠어. 하지훈이랑 똑같이 하면 안 돼.’
하지훈은 창가로 다가가 전화를 받는데 눈빛은 아주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내 몸을 바라본 나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최대한 빨리 침대 위에서 가운을 가져와 입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 끝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훈은 시선을 돌리더니 기분 좋은 듯 웃으며 휴대전화를 향해 대답했다.
“그래, 지금 갈게.”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기분이 가라앉아서 고개를 떨구었다.
고청하가 바로 그의 여신일 것이다.
여신과 통화할 때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고 목소리도 부드러웠지만 나랑 통화할 때는 온갖 이상한 분위기와 비웃음을 띠었다.
‘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차이가 정말 크구나.’
내가 허황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지훈이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고개를 들던 나는 그의 까만 눈동자와 마주치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이 들었다.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물었다.
“나갈 거야?”
“응.”
하지훈은 느릿느릿 대답하고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황급히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나는 오늘 절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을 거야.”
하지훈이 몸을 숙여 내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자 그는 나를 침대에 쓰러뜨렸다.
“너... 너 또 뭐 하려고?”
하지훈은 방금 샤워를 마쳤는데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헝클어져 있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반신에는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어두운 눈빛을 짓고 있는 그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훈은 어디나 섹시함이 묻어있어 보는 순간 군침을 삼키게 만든다.
그는 손가락 사이로 나와 깍지 낀 채 귓가에 대고 물었다.
“한 번 더 할까?”
“...너!”
‘이 짐승 같은 놈!’
하지훈은 내 가운을 벗기며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말했다.
“네 꼴을 보니 또 느낌이 오네.”
“너 정말!”
나는 부끄럽고 난처해서 그를 노려보며 이 남자는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얼마나 점잖은 척하고 금욕적인 모습이었는지 마치 절에라도 들어갈 것 같았다.
‘이것 좀 봐. 이제야 진짜 얼굴이 드러나네. 짐승 같은 놈!’
하지훈은 굶주린 늑대 같았다.
설령 그가 예전에 정말 너무 많이 참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여신이 있지 않던가?
그 여신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여신의 존재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살짝 아파져 왔다.
나는 내가 지금 애인일 뿐이니 하지훈과 그 여신의 존재를 따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음의 불편함을 아무리 무시해도 소용없었다.
나는 결국 그 여신이 신경 쓰였고, 그 여신이 떠오르면 하지훈이 나를 만지는 게 싫었다.
나는 그의 가슴을 밀치며 옅은 어조로 말했다.
“방금 전화한 사람이 네가 말했던 그 여신이지?”
하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을 생각하는 듯했다.
“왜? 질투해?”
“아니.”
질투한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훈이 지금 나에게 복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질투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모욕감을 자초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까 전화로 찾아가겠다고 했잖아. 빨리 안 가? 오래 기다리게 하면 화낼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