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나를 문에 눌러놓고 딥 키스를 하며 손으로 내 허리를 더듬었다.
나는 그의 키스에 차츰 정신을 놓고 의식이 가물가물했다.
그는 갑자기 내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웃었다.
“이렇게 섹시하게 입고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훈은 또 나를 침대로 데리고 가서 단번에 치마를 잡아당겼다.
“오늘 귀국하는 걸 알고 이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만나러 갔어?”
나는 그를 흘겨보고 싶었지만 그가 더욱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
“내가 언제 옷을 못 입었어?”
그는 콧방귀를 뀌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내 핸드폰이 또 울렸는데 여전히 하석훈이 걸어온 전화였다.
하지훈은 손을 뻗어 내 휴대전화를 가로채고는 일부러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받을 거야?”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나를 향해 아주 못되게 웃었다.
“그러면 안 되지. 지금 분명히 너를 걱정하고 있을 거야. 네가 안 받으면 계속 걸어올 수도 있어.”
“마음대로 하라고 해. 어차피 받기 싫으니까.”
내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지훈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내가 받을게.”
그가 말을 하면서 수신 버튼을 누르자 나는 깜짝 놀라 서둘러 휴대전화를 빼앗고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가 일부러 그런 거야. 열 받아!’
나는 내가 예전에 너무 인자했다고, 그때 이 남자를 괴롭혀 죽이지 않은 걸 후회했다.
‘화나 죽겠어!’
“아영아, 괜찮아? 왜 이렇게 화장실에 가서 이렇게 오래 있어?”
하지훈은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면서 내 연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차갑고 경멸하는 눈빛은 마치 현장에서 간통을 잡은 것 같았는데 그의 눈빛에 못 이겨 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향해 말했다.
“괜찮아. 그냥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먼저 왔어.”
“아영아...”
“그래, 그럼 그만 끊고 이렇게 하자. 너 유라랑 잘 놀아.”
하지훈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지 않도록 나는 말을 마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말 다 했어?”
하지훈이 나를 향해 가볍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멀리 던지며 하석훈이 다시는 전화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하지훈은 내 귓불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내 벌을 받아야지.”
“뭐... 무슨 벌?”
나는 그의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머리털이 곤두섰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희미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곧 나는 그가 말한 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하지훈은 정말로 나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내가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독했는데 마치 그가 예전에 모든 감정을 극도로 참다가 지금 이 순간 모두 폭발한 것 같았다.
나는 화가 나서 그의 팔을 꼬집으며 울부짖었다.
“하지훈, 이 나쁜 놈아!”
“나쁜 놈?”
그는 양아치 같은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너 모르지? 사실 나는 진작부터 너에게 이렇게 하고 싶었어. 결혼한 지 3년이 지나서 수없이 많은 밤, 침대에서 단잠을 자는 너를 보면 나는 순간순간 달려들어 너를 몸 밑에 깔고 심하게 괴롭히고 싶었다고.”
“너... 변태야!”
나는 한 사람의 변화가 이렇게 클 수 있는지 몰랐다.
아니면 그는 전혀 변하지 않고 원래부터 악마였는데 다만 예전에 너무 깊이 숨겼을 뿐일 지도 모른다.
나는 하지훈과 한밤중까지 실랑이를 벌이며 계속 울었다.
잠이 들려고 할 때 나는 여전히 화가 나 중얼거렸다.
“내가 예전에... 죽여버렸어야 했어...”
귓가에 그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경고가 들려왔다.
“다시는 하석훈 만나지 마!”
이튿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나는 목이 불에 탄 것처럼 괴로웠고 발걸음마저 무거워 휘청거리며 탁자로 다가갔다. 물을 따라 마시고 있는데 옆에 있는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어젯밤의 경험이 있는 나는 지금 핸드폰 벨 소리만 들어도 조건반사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고 발신 번호를 보다가 어리둥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