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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장

내가 나갔을 때 하지훈은 아직 창가에 기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전보다 더 깊고 야릇했다. 사실 나도 아까 거울을 봤는데 블랙 셔츠에 내 피부는 유난히 하얘 보였다. 겨우 허벅지를 가릴 수 있는 기장, 속옷을 입지 않아 안에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비쳐서 더 섹시해 보였다. 하지훈도 보통 남자와 다를 바 없었고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원래 내 기억 속에서도 하지훈은 이쪽으로 욕망이 강한 남자였다. 다만 오늘 방금 그와 다툼이 있었기에 나는 하지훈과 애정 행위를 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셔츠를 아래로 내리며 하지훈에게 말했다. “졸리네. 나 먼저 잘게.” 하지훈은 아무 말 없이 담배 연기를 뿜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나를 보고 있는지 창밖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도무지 하지훈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더는 하지훈을 신경 쓰지 않고 절뚝거리며 침대로 가서 앉았다. 아까 샤워할 때 봤는데 무릎에 멍이 크게 들었다. 그리고 내일 일정에 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약을 좀 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대표님과 바이어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이 꼴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석훈이 준 약을 다시 가져왔다. 약을 꺼내자마자 뒤에서 커다란 손이 내가 든 약을 가져갔다. 나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들고 말했다. “뭐 하는 거야?” 하지훈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화가 난 얼굴로 그런 하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김민정에게 하지훈이 어렸을 때의 일을 듣고 그가 안쓰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그와 별개로 하지훈의 행동이 지나친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내가 상처에 약을 바르려고 하는데 약을 뺏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예전에 하지훈을 싫어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지나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하지훈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한 감정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나는 분노에 가득한 얼굴로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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