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자리 바꾸자
남자 화장실에서 부민혁은 찬물을 한 움큼 집어 자기 얼굴에 뿌리고는 눈시울이 붉어져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할 수가 없었다. 다들 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지고 자연스레 경기에 대한 열정도 사라졌다.
“거짓말쟁이, 온다고 해놓고 안 오고!”
화가 난 부민혁은 거울 옆의 대리석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갑자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부민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속의 화를 가라앉히고 휴대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민혁아, 3쿼터 경기가 곧 시작되는데 아직이야?”
동료가 물었다.
부민혁은 약간 의기소침해서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빨리 와.”
말을 마친 동료는 전화를 끊었다.
부민혁은 휴대폰을 거두고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누군가 그를 불러세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목소리!
부민혁의 동공이 흔들렸고 몸을 홱 돌려 화장실 옆에 기대어 있는 자를 보고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형, 왔어?”
부시혁은 대답했다.
부민혁은 코를 훌쩍거렸고 목은 약간 잠겨 있었다.
“언제 온 거야? 난 안 오는 줄 알았어.”
“경기 보러 오기로 약속했으니 안 올 일은 없어. 다만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늦었어. 미안해.”
부시혁은 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부민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오만하게 말했다.
“어린애 아니니까 머리카락 만지지 마.”
부시혁은 얇은 입꼬리를 올렸다.
“알았어, 안 만질게. 그러니까 말해봐. 왜 그 모양으로 친 거야? 난 알고 있어. 그게 절대로 네 진짜 실력이 아니라는 거.”
“다 형들 때문이잖아.”
부민혁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다들 내 경기 보러 오지도 않고.”
부시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는 동생에게 무슨 걱정거리가 생겨서 그런 줄 알았다.
놀랍게 그와 윤슬 때문인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랑 윤슬이 오지 않아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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