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1화 최악인 사람

여기까지 말한 부시혁은 핸들을 잡고 있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윤슬은 그의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온 게 보였다. "사실 내 부모는 한 번도 같이 잔적이 없어." 부시혁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말했다. 윤슬은 경악해서 입을 가렸다. "설마?" "진짜야!" 부시혁은 무표정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의 일기에서 그렇게 적혀있었어.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으시거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당연히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않았지. 아버지도 성격이 있으셔서 남을 강요하는 일은 하지 않아. 그래서 두 분이 결혼한 후에도 한방을 쓰긴 했기만 한 사람은 침실에서 잤고 다른 한 사람은 탈의실을 개조해서 거기서 잤어. 두 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어. 그러니까 내가 태어날 리도 없었어. 하지만 부씨 가문의 상속자를 낳아야 하니까 두 분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사람을 속이고 시험관으로 날 가진 거야." "그렇구나." 윤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부시혁이 한 말이 그녀를 몹시 경악하게 했다. "할머니는 알고 계세요?" 윤슬이 물었다. 그러자 부시혁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셔. 만약 내가 어머니의 일기를 보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겠지." 윤슬은 자기 손을 부시혁 손등에 올려놓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랬다. 윤슬은 그가 안쓰러웠다. 그는 보통 아이처럼 부모의 결합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하나의 임무를 완성하듯 인위적으로 태어났다. 마치 그가 부모의 기대 속에서 태어난 생명이 아니라 그들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처럼 느껴졌다. "부시혁 씨……." 윤슬의 목소리가 조금 허스키해졌다.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이 무심하게 그의 아픈 곳을 찌를까 봐 두려웠다. 부시혁은 윤슬의 고민을 눈치채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낮게 웃었다. "이러지 마. 그들이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로써의 책임은 다 졌어. 내가 태어난 방식 때문에 무정하게 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날 엄청 사랑하셨지. 내 어린 시절은 사랑이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