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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가만히 안 둬

“유나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어두워진 고유나의 표정을 눈치챈 왕수란이 물었다. 고유나는 바로 휴대폰을 다시 핸드백에 넣고 별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었다. “아니에요. 엄마가 언제 집에 들어올 거냐고 물으시네요. 차에서 내리면 따로 전화드리려고요.” 고유나의 말에 왕수란은 별다른 의심 없이 부시혁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왕수란이 그녀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휴대폰을 꺼내 친구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의 요지는 마침 오늘 한일 펜션에 있었던 친구가 미팅 중인 부시혁을 발견했고 인사를 하려 했으나 부시혁이 윤슬을 따라나가는 걸 봤다는 내용이었다. 고유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한 뒤 첨부된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에는 부시혁과 윤슬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더니 부시혁이 윤슬을 번쩍 안아들어 차에 태우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십초 남짓 되는 영상이었지만 고유나는 손발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휴대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윤슬 그 여자 차에 타는 거야? 게다가 거짓말까지... 고유나는 며칠 전 파티를 다시 떠올렸다. 겉으로 부시혁은 그녀의 편을 드는 듯했지만 윤슬의 말 한마디에 십억에 달하는 블루 사파이어를 윤슬에게 선물했었다. 고유나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웃어주는 부시혁이지만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지는 저 남자가... 왠지 완전히 자신의 소유가 된 게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벽이 왠지 부시혁이 완전히 자신의 남자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그 벽이 왠지 윤슬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관계라 이렇게 불안한 걸까... 고유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편, 윤슬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비까지 흠뻑 맞았으니 무조건 감기에 걸렸을 거라 생각했지만 머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가벼웠다. 어젯밤, 부시혁의 품에 안겨 차에 타고... 빌라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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