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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함께 장을 보다

집에 요리를 만들 재료가 없어서 두 사람은 시장에 들러 장을 보기로 했다. 부시혁이 직접 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평소에 요리하긴 하지만 재료는 전부 윤슬이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재료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이긴 하지만, 단풍이랑 오니까 새롭고 좋네.’ 고급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윤슬은 카트 하나를 가져와 밀려고 했는데, 이때 부시혁이 갑자기 카트를 끌어갔다. 윤슬은 허공에 굳어져 있는 두 손을 한번 보고 또 고개를 돌려 부시혁을 쳐다보았다. “왜요?” “내가 밀게.” 부시혁은 얇은 입술을 벌리고 대답했다. 그리고 턱을 들어 올리며 윤슬한테 앞을 보라는 턱짓을 보냈다. 윤슬은 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상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러자 부시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 보는 사람들 봐봐. 거의 남자가 카트를 밀잖아. 다른 여자가 받는 대우, 너도 당연히 있어야지. 더구나 힘쓰는 일은 원래 남자가 해야 해.” 말을 마친 부시혁은 카트의 손잡이를 툭툭 쳤다. 그러자 윤슬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당신한테 맡길게요.” “응.” 부시혁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윤슬의 눈빛이 순간 교활해졌다. “사실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카트를 당신한테 넘기려고 했어요.” “그래?” 부시혁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윤슬은 그의 팔을 잡으며 좌우로 흔들었다. “생각해 봐요. 같이 온 커플이랑 부부는 거의 다 남자가 카트를 밀잖아요. 만약 당신한테 안 넘겨주면 남한테 무시당할 거 아니예요. 덩치 이렇게 좋은 남자가 여자한테 카트를 밀게 하면 얼마나 쪽팔려요? 안 그래요?” 그러자 부시혁은 가볍게 웃었다. “그래?” “그럼요.” 윤슬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부시혁은 검지로 그녀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여자들은 날 무시하겠지만, 남자들은 날 부러워하지 않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여자인 제가 이런 일을 하게 그냥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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