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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단서제공

부시혁은 육재원의 말을 반박하지 않은 걸 보니, 속으로 이미 그 말을 믿은 모양이었다. 육재원의 말 때문에 부시혁은 자기가 소홀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육재원이 한 말을 자세하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부시혁은 눈을 한번 감고 마음속의 짜증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그의 눈빛은 어둡기만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부시혁은 절대로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걸. 다만 본인의 모든 감정을 그 어두움 속에 감춘 것뿐이었다. “알았어. 이 일도 내가 처리할게.” 부시혁은 윤슬의 얼굴을 놓아주고 차가운 목소리로 육재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육재원은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다. “우리 실망하게 하지 말고.” 부시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윤슬을 보며 입을 열려는 찰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방금 부시혁이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계속 윤슬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벨 소리가 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였다. 장 비서한테 걸려 온 전화였다. 이번에 부시혁은 전화를 끊지 않고 받았다. “무슨 일이야?” [대표님.] 수화기 너머 장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방금 류 회장님께서 연락이 오셨어요. 대표님한테 연락이 안 돼서 어디 계시냐고, 혹시 바쁘시냐고 물어보시던데요?] 장 비서의 말에도 부시혁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이미 류씨 가문의 사람이 자기 비서나 조수한테 전화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는데?” 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어보았다. 장 비서는 류씨 가문에 대단 불만이 담긴 부시혁의 말투에 다급하게 대답했다. [모른다고 했습니다. 대표님의 행적을 비서인 제가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장 비서도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류 회장님은 제 말을 안 믿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뭘 알아내지 못하니까, 대표님의 행적은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근데 이번 일에 대한 대표님의 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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