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3화 준영의 전화

윤슬은 자존감이 낮고 여려서 류덕화가 부시혁과 그녀가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면 자발적으로 이별을 고할 것이었다. 윤슬의 성격상 동의하지 않더라도 속에 응어리가 남아서 시혁과 자신을 끝까지 의심할 게 뻔했다. 결국 그녀에게 권할 사람은 시혁이 존경하는 스승이었다. 남편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속해서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는데 윤슬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시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 ‘앞으로 선생님과 슬이는 만나면 안 될 것 같아.’ ‘나도 이제 이런 소리는 듣기 싫으니, 선생님을 멀리해야겠어.’ 시혁은 한숨을 쉬고 마침내 윤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윤슬은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퍼진 스캔들로 심란해진 그녀는 서류 하나를 처리하는 데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지금 서류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온라인상의 일로 하루를 날릴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몸을 바삐 움직여 이 생각과 기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도록 했다. 그때, 옆으로 치워 둔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가에게서 걸려 온 영상통화였다. 윤슬은 손에 든 펜을 내려놓고 보니 시혁의 전화였다. ‘이제 바쁜 일이 끝났나? 장 비서님이 기사에 대해 말해서 연락을 한 것 같아.’ 윤슬은 화면에 떠 있는 시혁의 이름을 바라보며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정신이 산만해졌다. 결국 통화 연결음은 끊겼고,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화가 끊긴 이후였다. 윤슬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정신이 산만해져서 시혁 씨의 전화를 못 받았어.’ 하지만 그녀는 짜증이 났다고 해서 시혁에게 다시 전화할 생각은 없었다. 배후에 있는 사람과 시혁의 사이만 생각하면 윤슬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는 시혁이 배후에 있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그녀에게 그냥 넘어가라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윤슬은 시혁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 전화는 안 받아도 괜찮을 거야.’ 그녀는 상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