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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마음에 들다

윤슬은 부시혁과 차분하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제가 너무 연약한 상대였던거죠. 좋은 가문도, 부모도, 남편의 관심도 없었어요. 사람들은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해요. 이걸 알고 나니 내가 너무 약했던 사람이었구나 깨달았어요.” “그리고 결심했죠. 반드시 강해져야겠다고. 그리고 단순히 실력만 갈고 닦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쌓아 더 높이 올려가야 한다고. 그래야만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혼자잖아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어요.” ‘나 말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이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부시혁을 좀 슬프게 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나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윤슬은 그의 상처받은 눈빛을 외면하고 말했다. “네, 이 세상에선 서로가 서로를 배신할 수 있어요. 가족조차 그러는데 남이야 더 하겠죠. 더군다나 제가 방금 말했듯, 가장 두려운 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신에게 의지하는 것이에요.” “남한테만 의지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게 되겠죠. 그러다가 시혁 씨가 다시 저를 외면한다면 난 어떡해 해요?” “내가 언제 너를 외면했어?” 부시혁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턱을 꽉 쥐었다. 윤슬이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했다. 윤슬은 시혁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부시혁 씨, 인생은 길어요.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건 맞지만, 사랑도 유통 기한이 있잖아요. 그 기한이 지나면 우리가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요?” “누가 우리 사랑의 유통 기한을 정할 수 있겠어요? 3년? 10년? 그런 건 없어요. 전 평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아요.” “왜 없겠어!” 부시혁이 말했다. 윤슬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부시혁은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문지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만 사랑했어. 물론 내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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