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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전아영은 화가 나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는 일부러 소리를 낮춰 말했다. “정희의 남자를 빼앗아서 염 대표 사모 자리에 앉은 걸로도 부족해?” 백지연은 코웃음을 쳤다. “서정희만 없었으면 난 진작에 정훈이와 결혼했어. 서정희가 내 걸 빼앗은 거야.” “백지연 씨는 정말 뻔뻔함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우겠어. 장담하는데 근 백년 내로 당신 기록을 깰 사람은 없을 거야. 난 나정도면 이미 충분히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백지연 씨에 비하면 정말 비교가 안 되네. 하긴 백지연 씨의 뻔뻔함은 전무후무하고 앞으로도 없을 정도니까 말이야.” “전아영,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백지연은 팔짱을 끼며 협박했다. “화났어? 화났네. 이런 걸로 화낸 거야?” 전아영은 늘 사람의 화를 돋우는 재주가 있었다. “지금 화가 날 사람은 내가 아닐텐데.” 담담한 전아영의 표정은 고통에 잠겨 있는 서정희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서정희는 이미 가격을 천억까지 불렀고, 염정훈은 그녀의 한계치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20억만 더하면 순조롭게 서씨 저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안 대표는 염정훈이 패를 들지 않은 것을 보고는 떠보듯 물어봤다. “더 값을 올리실 분 있으십니까?” “천억 한 번.”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염정훈의 휴대폰이 또 한 번 연신 울려댔다. “천억 두 번.” 전아영도 따라서 마음을 졸였다. 이제 이건 서 씨 저택을 둔 싸움이 아니었다. 이제는 두 여자의 염정훈 마음속의 위치 싸움이었다. 바지 주머니 안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 “천억…” 안 대표가 망치를 들어올리려는데 염정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천 20억.” 서정희의 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 백지연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전아영을 깔아봤다. “내가 말했지, 내가 원하는 거라면 정훈이는 다 나한테 준다니까.” 전아영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눈빛으로 염정훈의 뒷통수를 뚫어버릴 기세도 노려봤다.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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