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사… 서정희 씨, 제가 안까지 모셔다드릴까요?”
진영은 여전히 그녀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친구 기다리고 있어요. 왔네요.”
서정희는 저 멀리서부터 붉은 모피 코트를 걸친 여자를 발견했다. 불사조 같은 모습에 아래에는 살색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서정희는 갑자기 전아영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졌다. 왜 이렇게 늦나 했더니 차 안에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던 것이다.
전아영은 향기를 풍기며 과한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어 서정희는 곧장 등을 돌렸다.
“아니요. 잘못 봤어요, 먼저 들어가죠.”
“정희야, 나 좀 기다려줘!”
하이힐을 또각대며 진영의 앞으로 다가 온 전아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진영을 노려봤다.
“그쪽이 또 우리 정희 화나게 한 거예요?”
진영은 단 한번도 여성의 옷차림에 대해 평가를 내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천보각이 클럽이라도 되는 줄 압니까? 이러고 춤이라도 추시게요?”
성격이 호쾌한 전아영은 안 그래도 염정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앞잡이인 진영을 보자 기분이 더 안좋아졌다.
“그쪽이 죽으면 꼭 이렇게 입고 무덤 위에서 춤 춰 주죠.”
진영도 여자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절 따라오세요.”
전아영은 초대장을 꺼내며 한껏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됐네요. 자리가 있어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서정희는 이미 2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엔 서제평도 이곳을 좋아했었다. 서제평은 취미가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유독 골동품 수집은 꽤 좋아했다.
춘추 시기의 대정부터 청대의 옥기까지 집안 사정이 부유했을 때 적잖이 구매했었고, 아무도 몰랐지만 서제평은 한가할 때면 찻잔이나 그릇 같은 도자기를 직접 굽기도 했었다.
그토록 삶을 즐기는 문화인이었는데, 증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면 서정희는 그가 그토록 잔혹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서정희는 오래된 건물 사이를 누볐다. 오는 길에 보인, 유리 뒤의 소장품들 중에는 눈에 익은 것이 여러 개 보였다. 바로 서제평이 예전에 수집했던 보물들이었다.
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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