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그때 꿈속 풍경이 바뀌었다. 그녀의 주변은 바다가 아니라 예쁜 해바라기밭이었다. 꽃밭에는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달리고 있었다. “엄마, 나 잡아봐라.” “아가, 우리 아가.” 서정희는 드디어 아이를 따라잡고 단박에 품에 안았다. “드디어 찾았다, 아가. 미안해. 이번엔 엄마가 널 꼭 지켜줄게.” 아이를 뒤집어 보니 통통한 염정한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가 놀라기도 전에,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서정희는 아이를 안은 채 황급히 도망쳤다. 빗방울이 그녀의 몸을 가득 적셨다. 서정희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다. 눈을 뜨자 포동포동한 얼굴이 보였다. 핑크빛의 작은 입술에서 흐르는 침은 금방이라도 그녀의 얼굴에 떨어질 듯했다. 염정훈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침을 받았다. 시선이 마주하자 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 염정훈은 늘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 대표 이미지를 지키고 있었다. 손으로 아이의 침을 받는 대표가 있다니, 캐릭터 붕괴는 순식간의 일이었다. 낯선 환경에 서정희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꿈인가? 아님 죽은 건가? 두 사람을 꿈에서 보다니.” 염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 “그렇게 죽고 싶어?” “응, 죽으면 다 끝이잖아.” 서정희는 꿈이라고 생각해 아기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꼬집었다. 촉감이 참 좋았다. “사는 거 힘들기만 하잖아.” 염정한은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서정희가 너무 좋아 있는 힘껏 서정희의 몸 위로 기어올라가며 질질 침 흘리는 입으로 그녀를 불렀다. “마마, 마마, 안아줘.” 그 엄마에 가까운 발음에 서정희는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 나한테 뭐라고?” 염정훈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만약 서제평마저 그녀를 잡아둘 수 없다면 서정희에게는 새로운 미련이 필요했다. 염정훈의 도박은 적중했다. 이 아이는 서정희를 죽음의 변두리에서 끌어왔다. “마마, 뽀뽀.” 염정한은 간단한 단어밖에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백지연의 곁에서는 절대로 엄마와 비슷한 음절은 절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