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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염정훈은 양한서의 멱살을 놓으며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머릿속엔 온통 서정희의 말만 맴돌았다. “염정훈, 내가 잘못했어.” “나의 가장 큰 잘못은 바로 널 만난 거야.” 서정희는 그를 원망하고 있었고 살아갈 희망마저도 포기했다. 양한서는 처음으로 염정훈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발견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혈액 검사 보고서는 봤어. 수치가 왜 이렇게 낮은 거야?”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양한서는 제때에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항암 치료 후엔 각종 수치가 급속도로 하강한다. 비록 2년간 서정희의 건강 검진을 해주진 않았지만 서정희의 예전 건강 상태를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암에 걸릴 사람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서정희는 아직 나이도 젊었다. 암 환자는 대부분 중년이나 노인이 많았다. 염정훈의 지금 상황은 불길했다. 아직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염정훈의 심리적 부담만 키우는 꼴이었다. “이유가 뭔데?” “아닙니다. 최근 사모님에게 다른 이상은 없었습니까?” “얼마 전에 크게 앓았었고 팔뚝에 상처가 잇어.” “그럼 맞을 거예요. 일부 세균성 감염도 신체 각 지수를 떨어트리거든요. 아마 아직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찬물까지 맞아 재발하게 되었고 그래서 크게 앓는 걸겁니다.” 매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염정훈의 가슴에 박혔다. 염정훈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알아챈 양한서가 한 마디 보충했다. “사모님은 지금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라 찬바람 맞지 않게 반드시 잘 지켜야 해요. 절대로 병에 걸려선 안 돼요. 약을 늘릴 테니까 반드시 열부터 내려야 해요.” 염정훈은 천천히 양손을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그래.” 해경 별채. 염정훈이 아이를 서정희에게 데려간다는 걸 모르는 백지연은 기분이 몹시 좋았다. 어쩐지 그렇게 좋아한다 했더니 아이는 클수록 염정훈을 닮아가고 있었다. 염정훈이 아이를 좋아할수록 자신에게는 유리했기에 백지연은 자신의 위치를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언젠간 염정훈은 그녀와 결혼을 할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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