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만약 내가 진짜로 죽게 된다면?”
무심한 중얼거림이 차가운 물소리와 함께 욕실에 울려퍼지자 염정훈은 멈칫했다.
“내가 있는 한, 넌 안 죽어.”
그래, 그는 지고지상의 권리와 재력을 가지고 있고 전세계에서 제일 좋은 의료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세상에는 그 어떠한 의사도 중말기의 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비록 신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지만 결국 진짜 신은 아니기에 오로지 그녀만은 막을 수 없었다.
낮은 웃음 소리가 염정훈의 귓가에 들려왔다.
“염정훈, 우리 집안이 네 동생에게 목숨을 빚졌으니까 내 목숨으로 갚아줄까?”
“정희야, 정말로 네 목숨을 원한 거였다면 2년 전에 이미 가져갔어. 난 비록 네가 밉긴 하지만 그래도 널 사랑해. 그러니까 난 네가 살아있어야 해. 살아서 내가 주는 벌 받아.”
“날 사랑해?”
서정희는 코웃음을 쳤다.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어떻게 날 배신하고 버릴 수가 있어? 그때 내가 큰 병원을 열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치료해줄 수 있는 그린 벨트를 열겠다고 했었지. 그걸 넌 수천억을 부어서 만들어놓고 애원 병원이라고 이름 지었잖아.”
“내가 바다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주소를 골라 백지연에게 해경 별채를 지어줬고.”
“아이의 이름을 정한이라고 하고 싶다고 했더니 넌 너희들 아이에게 그 이름을 주었지.”
“염정훈, 이게 네가 말한 사랑이야?”
차가운 물이 그의 각잡힌 턱을 타고 흘렀고 염정훈의 내리깐 속눈썹이 두 눈에 드러난 감정을 감춰주었다. 입술을 달싹이는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지만 끝내는 한 마디의 해명도 하지 못했다.
서정희도 원래는 그에게 무슨 사정이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염정훈의 성격상 진작에 모든 비밀번호를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래도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니 자신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염정훈의 보복일 지도 몰랐다. 염정훈은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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