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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차가운 손가락은 뱀 혓바닥처럼 그녀의 얼굴을 타고 내려갔다. 서정희는 그와 싸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염정훈이 또 발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와 사귈 때 염정훈은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었다. 배신하지 말기, 다른 사람이 닿게 하지 말지, 떠나지 않기. 그녀는 일찍부터 염정훈은 자신에게 남들과는 다른 소유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염정훈은 자신이 뺨 한대 맞았다는 이유로 그 집안을 뼛가루마저 날려버릴 수 잇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생기발랄하게 지내며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에 불만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 운동회에서 넘어졌을 때 체육위원이 그녀를 의무실로 업고간 적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향한 염정훈의 음침한 면을 보게 되었다. 그날 염정훈은 딱 한 마디만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깨끗이 씻어.” 서정희가 어떻게 해명을 하든, 그는 조금도 들어먹지 못했고 그날밤 그녀는 샤워기 헤드 아래서 밤새 찬물을 맞아야 했다. 비록 염정훈은 비정상적이긴 했지만 서정희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해 그를 위해 휴학을 하며 밖에 나설 기회를 줄였다. 하지만 이혼을 하고 난 뒤에도 그의 변태적인 성향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원래도 위가 아픈 데다 항암 치료 부작용이 이제 겨우 나았는데, 방 안은 히터도 틀어져 있지 않았다. 차가운 물에 이렇게 맞자 서정희는 고통에 겨워 죽고만 싶었다. “꺼줘, 추워. 염정훈, 나 추워.” 염정훈은 그녀의 몸을 차가운 대리석으로 밀었다. 입꼬리에 걸린 미소에 온몸이 서늘해졌다. “정희야, 내가 안아주면 안 춥겠지?” “미친새끼, 넌 미쳤어!” 서정희는 덜덜 떨며 샤워기를 끄려고 했지만 염정훈에게 그대로 들통이 났다. 염정훈은 그녀의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물에 젖은 몸은 완벽한 굴곡을 보여주고 있었다. 염정훈도 다를 바 없었다. 흰 셔츠는 차가운 물에 젖어 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복근이 은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염정훈의 뜨거운 몸이 그녀에게 딱 달라붙어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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