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임성결의 말은 염정훈을 향한 일방적인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서정희는 잔뜩 긴장했다. 그녀는 염정훈의 독점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은 이혼을 했지만 그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서정희가 행복한 날을 보내는 걸 바라지 않았다. 임성결이 이런 장소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걸 자신이 거절이라도 하면 체면이 깎일 게 분명했다. 다 같은 업계 사람인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 지도 몰랐다. 순간 서정희는 꽁꽁 묶이기라도 한 듯 이도 저도 하지 못했다. 전아영은 서정희의 처지를 알고 있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되죠. 과거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거잖아요. 선배는 인물도 출중하니까 두 사람 자주 만나고 그래요. 정희가 쓰레기한테 제대로 당해서 전 하루 빨리 누가 나타나서 상처받은 정희 마음을 보듬어줬으면 하거든요.” 그 말은 서정희와 임성결을 한데 묶어두는 것이라 서정희가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아영아.” 하지만 전아영은 그 경고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염정훈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부끄러워하긴, 이혼도 한 마당에 평생 혼자서 늙어 죽기라도 하게? 선배는 사람이 좋아서 그 쓰레기랑은 분명 자를 거야. 선배 요즘 시간 있어요? 저 정희랑 같이 속초에 놀러갈 생각인데, 저희 여자애 둘이서 여행가면 위험하기도 하고…” “두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건 내 영광이야.” 서정희를 보는 임성결의 눈빛에는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염정훈의 서슬 퍼런 얼굴을 본 전아영인 기분이 훨 좋아졌다. 염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뿜어대는 냉기만이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양윤범이 나와서 화제를 돌렸다. “정희가 새로운 행복을 찾은 걸 보니 오랜 친구로서 내가 다 기쁘네. 하지만 오늘 어렵게 염 대표님을 보게 된 것도 제 더없는 영광입니다. 제가 염 대표님과 지연 누나의 백년가약을 축하드리며 한잔 올리겠습니다.” 백지연은 그 축복을 듣자 기분이 몹시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