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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날을 계산해 보니, 함께 새해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서정희는 예전처럼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염정훈은 순간 멈칫했다. 옆에 있던 백지연은 몸을 흔들며 뾰루통해져서는 그를 불렀다. “정훈아.” 염정훈은 백지연은 쳐다보지 않은 채 천천히 손을 내밀어 서정희의 새끼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이 조건을 나름 받아들여진 것이다. 나름 서정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염정훈이 그녀의 곁에 1달 있어 주면, 그녀는 그에게 목숨 하나를 돌려주고 평생 놓아주는 것이다. 백지연이 불만을 토로했다. “정훈아, 내가 굳이 이혼을 독촉하려는 건 아닌데, 애들 호적이…” 백지연의 투덜대는 모습에 위가 조금 불편해졌다. “화장실 다녀올게.” 염정훈은 다 좋은데 안목이 참 별로였다. 비록 백지연이 염정훈의 이웃이긴 하지만 저런 사람으로 자기를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안 난 싶었다. 백지연과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값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염정훈이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걸까? 서정희는 화장실로 향하며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고민했다. 애교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지 않나? 전에 그녀가 애교를 부리면 염정훈은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기세였다. 한 달. 그래, 아직 한 달은 따다 줄 수 있었다. 서정희는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속을 게워 냈다. 역시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됐다. 아침에만 해도 요 며칠 위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득한 선홍빛 혈액 혼합물은 몇 번을 봐도 볼 때마다 섬찟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입술을 닦고 가글도 한 다음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패딩 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자, 염정훈과 조금 닮은 얼굴이 한 손은 세면대를 잡고 한 손은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입에는 침을 잔뜩 묻힌 채 웅얼거리고 있었다. “아마마~” 이 아이는 염정훈과 백지연의 아이라 미워하기도 바빴어야 했다. 하지만 한때 잠깐이나마 엄마가 되었던 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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