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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이 말을 하는 서정희는 이번 생의 슬펐던 일들을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염정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하게 맺혀있었다. 그녀는 염정훈과 더 이상 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항상 곁에 있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그녀는 누구보다 염정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자신의 부드러움으로 그의 강인함에 맞서는 게 상책이었다. 서정희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불평도 질문도 없이 그저 눈에는 눈물만 가득했다. 눈물은 상대방에게 혐오감을 줄 때도 있지만 적시 적소에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서정희처럼 말이다. 서정희의 말에 염정훈은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알고 있어.” 염정훈은 고개를 떨궜고 얼굴은 더욱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을 서정희의 양쪽 어깨에 살포시 놓고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우리도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화진이의 일은 잊고 이제부터 내 곁에 있어. 앞으로 내가 너 잘 돌봐줄게.” 이게 그가 서정희에 대한 최고의 배려였다. 서정희는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줘놓고 돌봐준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것들이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는가? 그녀는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 가슴 아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염정훈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 서정희의 적극적인 모습에 염정훈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아침까지 자신을 다시 태어나도 못 써먹을 인간이라 해 놓은 그녀가 밤에는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대하다니... 2년 동안 그들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주는 데만 여념이 없었을 뿐 지금과 같은 이런 상황은 극히 드물었다. 순간 염정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서정희가 입을 열기를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훈 씨. 할 말이 있어.” 심장을 간지럽히는 그녀의 부름 소리에 염정훈은 바로 대답했다. “해 봐.” 서정희는 두 손으로 그의 허리춤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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