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취향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달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를 주냐 안 주냐는 염정훈에 달렸다.
예전에도 수없이 저녁을 준비했지만, 염정훈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상대방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그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전화를 한 건 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것이고, 그의 반응을 보아서는 예전처럼 냉정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새 서정희가 염정훈의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는 도시락을 들고 깊은 사색에 빠졌다. 놈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염정훈 주변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과연 누구일까?
진상정과 진영은 아니다. 아주머니도 속에 뭔가를 숨지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닐 것이다. 그러면 회사 사람이 아닐까?
이혼하기 전에 서정희는 염정훈의 회사에 와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자신이 엄청난 보호를 받는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자신이 얼마나 순진하고 멍청했는지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염정훈과 백지연의 약혼 소식은 이제 온 국민이 알아버렸다. 여기저기서 두 사람의 뉴스를 틀었다.
그렇다고 서정희의 신분이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들 퇴근한 상태였다.
유독 비서실과 염정훈만 야근을 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비서실 앞에서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
염정훈에게는 비서가 6명이 있었다. 남자 4명에 여자 2명. 서정희가 비서실을 들여다보자 마침 테이블 앞에 앉아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는 손으로 안경을 올렸다. 반사 때문에 그녀의 눈길을 살피지 못했지만 왠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모님, 대표님 사무실은 앞에 있습니다.”
진영이 안내했다.
비서실 안에는 다들 분주했다. 얼핏 보아서는 크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었기에 괜한 의심을 살까 봐 그녀는 빠르게 비서실 앞을 떠났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자 사무실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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