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장
서정희는 두 눈을 꼭 감고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매는 끝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눈을 뜨자 염정훈은 그녀가 골라준 다크그레이 정장을 가지고 문을 쾅 닫으면서 방을 나섰다.
방안에 홀로 남겨진 서정희는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분노를 표출하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온 몸이 땀에 젖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축 늘어진 몸은 지금도 떨고 있었다. 화나서 떠는 건지 아니면 놀라서 떠는 건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전, 염정훈의 화난 눈빛을 보고 서정희는 오늘밤을 건네지 못할 줄 알았다.
염정훈을 알고 나서 지금까지 오늘처럼 욕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아마 그 누구도 이런 짓을 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서정희는 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은 여전히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몇 분 후, 아주머니가 급하게 올라와서 서정희의 창백한 얼굴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뭐라 하셨기에 도련님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요. 저 도련님이 저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에요.”
비로소 정신을 되찾은 서정희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조금 싸웠어요.”
이 말을 듣자 아무머니가 옆에 앉으면서 서정희를 타일렀다.
“사모님, 도련님이 밖에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저는 여전히 도련님이 그 백여시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사모님이 집에 없을 때에도 매일 집에 들어와서 잤어요.”
“이번에 사모님과 작은 도련님이 납치된 사건만 해도 그래요. 도련님은 연속 며칠 동안이나 밤을 꼴딱 새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크게 아팠거든요. 사모님은 아마 도련님이 얼마나 오래 아파 누워있었는지 모를 거예요. 요즘 들어서야 안색이 조금 나아졌어요.”
아주머니는 두 손을 서정희의 어깨에 얹으면서 말했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모님은 도련님이 집에 데리고 온 유일한 여자예요. 사모님에 대한 도련님의 감정은 다른 사람과 비할 수도 없어요. 도련님의 잘못에 대해 벌하는 건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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