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1장
서정희는 천천히 몸을 돌려 멀지 않은 야자수 숲 아래의 남자에게 시선을 두었다. 서정희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서시월의 약혼자 신태경이었다.
여기서 그를 만나다니 두 사람은 찐사랑인 듯했다.
처음부터 서시월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심태경은 그녀의 계획을 도왔을 지도 모른다.
신동우와 비슷한 얼굴을 한 심정호를 떠올리자 서정희의 마음속에 또다른 추측이 생겨났다.
심태경이 서시월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시월아, 괜찮아?”
서시월의 얼굴을 보면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 사람이 때리면 저 사람이 또 때린 탓에 연고를 발랐어도 여전히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태경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서시월의 몸 군데군데를 자세히 살폈다.
“봐봐, 어디 다쳤는지.”
방금 서시월이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봐서는 잘 지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서시월을 자신의 뒤로 숨긴 심태경이 음산하고 기괴한 아우라를 풍겼다.
심태경이 나타난 순간부터 존재감 없이 조용하던 소희가 먼저 서정희의 앞을 막아 나섰다.
소희는 말을 못하는 대신 보통 사람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더 민감했다.
서정희는 소희의 눈빛 하나로 알아챘다. 서류로 접했던 심태경이든 그녀가 직접 접했던 심태경이든 서정희는 그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염정훈과 정반대였다. 염정훈은 어딜 가든 군계일학으로 존재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심태경은 눈에 띄지 않는 있는듯 없는 듯한 사람이었다.
무는 개가 짖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듯 이런 사람이 오히려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서시월이 심태경을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한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서정희는 심태경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염정훈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는 손바닥에 ‘조심해’ 라고 적었다.
염정훈의 눈빛도 차갑게 매서워졌다.
“당신들 월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심태경의 목소리는 냉랭했고 사촌 형님인 염정훈을 보고도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염정훈은 그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컸고 어깨는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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