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장
빈이와 범이는 서정희가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오랫동안 서정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두 아이를 보면서 서정희는 미소로 작별 인사를 대체했다.
지한은 아무 말도 없이 서정희가 헬리콥터에 올라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염정훈이 이 곳에서 죽으면 섬에는 감당할 수 없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하지만 섬만 아닌 곳이라면......
지한은 눈에서 극한의 냉기를 뿜고 있었다. 때마침 염정훈도 그 차가운 눈빛을 감지한 것 마냥 몸을 돌렸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만나 불꽃이 튕겼다.
두 사람 모두 오늘이 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서정희는 사람들과 미처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녀는 갈수록 멀어지는 오두막집, 벚나무, 문 앞에 서 있는 빈이 어머니, 옆집 이모, 그리고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지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햇볕 아래 고독한 승냥이마냥 차츰 삼림 속에 몸을 감췄다.
안녕, 나의 섬마을.
눈을 감은 서정희는 벚꽃 피는 봄을 기다리지 못한 아쉬움이 오랫동안 가셔지지 않았다.
게다가 염정훈이 이토록 버젓이 자신을 데려가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면 자신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게 뻔했다.
“왜? 아쉬워?”
이때 염정훈의 중후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서정희는 자신의 일언일행이 행여나 염정훈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언어를 다듬고 또 다듬어서야 밖으로 뱉었다.
진심을 말하면 화낼 거고, 거짓말을 하면 한눈에 알아챌 거라 뭐라 답할지 난감했다.
염정훈에 대한 공포가 이미 뼛속 깊이 스며든 서정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그녀의 심리를 간파했는지, 염정훈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마치 공포감에 시달리는 고양이마냥 그녀의 표정에는 염정훈에 대한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서정희가 계속해서 흠칫흠칫하자 염정훈은 그녀를 와락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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